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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실업테니스 우승 제조기 이예라 “코트여 안녕”

등록 2016-10-24 18:25수정 2016-10-24 19:07

한국테니스선수권 뒤 눈물의 은퇴식
20년 선수생활 마감…NH농협은행 직원으로 새출발
2012년 국내 대회 전관왕 등 3년간 우승 석권
이예라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코트에서 열린 제71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 뒤 시상식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이예라가 지난 23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실내코트에서 열린 제71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 뒤 시상식에 앞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신인(神人)이면서 신인(新人)처럼 달리던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겁니다.”

“축 은퇴 예라 리, 인생은 30부터, 꽃길만 걷자!”

지난 23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비가 내려 실내코트에서 옮겨 치러진 임용규(당진시청)와 송민규(국군체육부대)의 제71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이 끝난 뒤 시상식에 앞서 아주 특별한 은퇴식이 열려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인공은 2012년부터 3년 동안 여자 실업테니스 ‘우승제조기’로 명성을 떨쳤던 국내 최강 이예라(29·NH농협은행).

대한테니스협회와 농협은행이 은퇴하는 이예라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자리에는 그의 선배 김소정(성남시청)을 비롯해, 같은 팀 후배 홍현휘·정영원, 그리고 경쟁자이자 후배인 한성희(KDB산업은행)·김나리(수원시청) 등이 펼침막과 축하 케이크를 들고나와 20년 동안의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그를 응원해주는 등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예라는 은퇴식에서 선수 시절 맹활약하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액자 사진을 선물로 받았다. 소속팀 감독 등의 격려 메시지가 담겨 있다. 김도원 대한테니스협회 미디어담당이 찍은 사진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이예라는 은퇴식에서 선수 시절 맹활약하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액자 사진을 선물로 받았다. 소속팀 감독 등의 격려 메시지가 담겨 있다. 김도원 대한테니스협회 미디어담당이 찍은 사진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이예라는 이번 대회가 은퇴 무대여서 우승으로 마무리하려 했으나, 지난 21일 여자단식 8강전에서 같은 초·중·고를 나온 후배 김나리에게 0-2(3:6/3:6)로 져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김나리한테 매치포인트에 몰려 자신의 마지막 서브가 될지 모르는 순간에는 서브를 멈추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아버지 이민우(57)씨는 경기를 마치고 나온 딸을 부둥켜안고 “괜찮아, 괜찮아, 아쉽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야”라며 울먹이는 딸을 다독였다. 아버지는 “3년 전에는 후배 나리가 게임도 안 됐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원도 양구 비봉초교에 다니던 10살의 나이에 라켓을 처음 잡기 시작한 이예라는 주문진중 때 장호배 여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어 강릉정보공고 졸업 무렵 5만달러짜리 호주 벤디고 국제챌린저대회 여자단식에서 우승하며 전미라·조윤정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테니스 기대주로 일약 떠올랐다. 2008년 세계 178위까지 올랐고,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여자단식 3회 우승(2006, 2012, 2014년)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솔제지에서 실업 선수 생활을 시작했으나 2011년 말 박용국 농협은행 감독에게 스카우트됐고, 이듬해 국내 6개 대회 여자단식 우승을 휩쓸며 실업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듬해 5관왕, 2014년 4관왕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2015년 8월 여수오픈 결승전 때 왼 손목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이후로 수술하고 재활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결국 은퇴하게 됐다.

이예라 선수의 은퇴식 뒤 선후배 선수들이 축하 펼침막과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이예라 선수의 은퇴식 뒤 선후배 선수들이 축하 펼침막과 케이크를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해외 투어에서 성공하고 싶었는데, 부상 등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돼 아쉬워요. 한국 테니스, 특히 여자는 요즘 더 침체기인데, 후배들이 더 많은 욕심과 열정으로 지금보다 연습 많이 해서 그랜드슬램 대회 등에서 빨리 빛을 발했으면 좋겠어요.” 은퇴식 뒤 이예라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테니스는 힘과 멘탈에서 모두 세계 수준에 떨어진다. 나도 중고 때는 훈련을 많이 했지만 실업에 와서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트레이너가 거의 없는 한국 실업테니스 현실에서 후배들이 더욱 스스로 체력관리를 하고 노력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이예라는 선수 은퇴 뒤 회사에서 근무하게 한다는 농협은행의 방침에 따라 내년 2월이나 3월 서울의 한 농협은행 지점에서 은행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할 예정이다. “여태 테니스만 했는데, 진짜로 사회라고 하는 데 나가면 아주 많이 다를 것 같아요.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1~2년 더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은퇴도 하는 겁니다.” 그에게는 최근 프로골퍼인 남자친구도 생겼다고 한다.

이예라 은퇴식에 소속팀인 NH농협은행 관계자들도 참석해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고 있다. 곽용운 회장 등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이예라 은퇴식에 소속팀인 NH농협은행 관계자들도 참석해 그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주고 있다. 곽용운 회장 등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제가 봤을 때 테니스는 운동 중에 제일 힘들다고 봐요. 몸도 힘들어야 하고, 상대방이랑 머리싸움도 해야 하고, 체력도 있어야 하고 어느 하나 안 필요한 게 없는 것 같아요.” 무수한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지만 20년 동안의 선수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는 이예라. 그럼에도 그는 “어제 은퇴식하고 후배들과 뒤풀이한 뒤 오늘 아침 일어나니 너무 마음이 허전하다”며 은퇴를 못내 아쉬워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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