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두) 자신이 회장에 당선되면 본인을 국가대표 총감독 및 상근부회장을 시켜주겠다고 하면서 1000만원과 350만원을 두 차례 본인에게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있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강아무개(63) 대한볼링협회 전 부회장이 지난 8월17일 치러진 제20대 대한볼링협회 통합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길두(67) 후보의 요구로 불법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있었다고 ‘양심선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강씨는 지난 2일 서울 송파경찰서를 찾아 이런 내용의 자술서를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대표팀 감독을 3년 맡고 돌아왔는데, 김길두 (19대) 회장이 감독과 부회장직을 제안하며 선거에서 도와달라고 했다”며 자신이 중국에 있었기 때문에 조카 통장으로 두 차례 김길두 회장이 돈을 입금시켰다는 통장 계좌 내역도 공개했다. 계좌 내역을 보면 지난 5월4일 1000만원, 6월2일 350만원이 ‘김길두’ 이름으로 강씨 조카 계좌에 입금됐다. 강씨는 자술서에서 “김길두 회장에게 받은 돈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광주 ○○○ 생활체육회장, 대한볼링협회 ○○○ 부회장 등을 만나서 김 회장을 찍어 달라는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
강씨는 지난 8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도 이런 사실을 고발했다. 강씨가 양심선언을 한 것은 김 회장 당선을 도왔으나 선거 이후 김 회장이 강씨의 전화를 받지 않는 등 외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12일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전격 알려지자 서울 송파경찰서도 추석 연휴 뒤 볼링 회장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강씨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면 김길두 회장의 당선은 무효가 되며, 형사처벌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단체장 선거규약에 따르면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강씨는 볼링 국가대표 총감독을 지냈으며,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 8개를 휩쓴 공로를 인정받아 청룡장까지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일부 선수에 대한 욕설과 구타로 체육회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대한볼링협회는 2012년에도 17년 동안 장기집권해온 지중섭 회장과 집행부가 총사퇴하는 등 문제의 경기단체로 낙인찍힌 바 있다. 지 회장은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상금 중 협회가 가져간 2억5000만원을 협회 통장으로 관리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한 것이 문제가 돼 그해 11월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당시까지 감사를 지낸 김길두씨가 2013년 1월부터 새 회장을 맡아 올해까지 3년 넘게 협회를 이끌어왔는데, 강압적이고 독단적 협회 운영 등으로 볼링인들의 원성을 사왔다.
이와 관련해 이광영 전 광명시청 볼링 감독은 최근 “김길두 회장의 각종 비리, 협회 사조직화, 비정상적인 협회 운영, 비도덕적 행위 등으로 한국 볼링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언론에 고발하는 내용의 진정서를 대한체육회에 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지중섭 회장 사퇴 이후 김길두 회장 체제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획득한 상금 1억2100만원을 관리해왔으나 9500여만원에 대한 사용처가 불분명하며, 선수들의 상금 획득 시 선수 30%, 협회 70%라는 비정상적인 제도가 아직도 실시 중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김길두 회장이 19대 회장 시절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시에 볼링전용경기장 건립을 추진하려다 무산되는 등 전횡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이 특히 19대 볼링협회 회장 경선 때 자신의 선거캠프 숙소에 폭력배들을 숙박시키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19대 회장 당선 이후, 일부 인사의 새 집행부 영입을 반대해온 박창해 대전시청 감독에 대해 보복성으로 자격정지 3년, 대전시볼링협회에 대해선 회원단체 영구제명 조처까지 내리는 등 폭압적인 협회 운영으로 볼링인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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