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가 11일(현지시각)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1로 누르고 2016 유에스오픈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컵을 품에 안은 채 웃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나의 목표는 그랜드슬램 대회 타이틀을 얻는 것이 결코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의 아성을 다시 한번 무너뜨리고 사상 처음으로 유에스(US)오픈 우승을 차지한 31살의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세계 3위·스위스)가 평소 자주 하는 말이다. 바브링카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16 유에스오픈 테니스(총상금 4630만달러, 약 517억원)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조코비치를 맞아 3시간54분 동안의 혈전 끝에 3-1(6:7<1>/6:4/7:5/6:3) 역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상금 350만달러(38억7000만원). 1970년에 35살로 우승한 켄 로즈월 이후 사상 최고령 유에스오픈 남자단식 챔피언이 됐다.
2014 호주오픈, 2015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바브링카는 이로써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횟수를 3회로 늘렸고, 앞으로 윔블던만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바브링카는 이번 대회 이전까지 조코비치와 23번 맞붙어 4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바브링카는 경기 뒤 “놀라운 일이다. 우승하겠다는 목표 없이 여기에 왔고, 코트에 나가 경기를 이기려 했다. 많은 경기를 치렀고 이제 완전히 (체력이) 바닥났다”고 말했다.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연이어 우승했던 조코비치는 윔블던과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 유에스오픈에서도 정상 정복에 실패하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도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노렸으나 바브링카에게 1-3으로 덜미를 잡혀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조코비치는 이날 왼 발가락 부상으로 여러 차례 메디컬 타임을 불러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통산 13회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조코비치는 바브링카에게 “당신은 결정적인 순간 더 용감한 선수였다. 타이틀을 차지할 만하다”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서브도 강하고, 원핸드 백핸드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누구에게나 위협적인 선수이며 정신력도 강하다”고 바브링카를 높게 평가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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