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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에 비니시우스…그러나 삼바 열기는 없었다

등록 2016-08-05 14:28수정 2016-08-05 21:50

권승록 기자의 ‘올라! 리우 올림픽’ 1신
공항엔 무장군인 입간판이 맞고
숙소가는 길 요소마다 장갑차
‘리우에서 2주 만만찮겠네 느낌’

심각한 경제난에 치솟는 실업률
브라질 국민 63% “올림픽 반대”
미디어 숙소는 겨우 공사 마친 듯
화장실 물틀자 샤워 가림막이 ‘뚝’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 둔 4일 밤(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모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프로젝트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 둔 4일 밤(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파카바나 해변에 모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프로젝트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인천에서 출발해 두바이를 거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리우)에 4일(현지시각) 도착했다. 비행시간만 24시간. 경유시간까지 합치면 30시간이 흘렀다. 리우공항에서 거울을 들여다봤다. 씻지 못해 기름진 얼굴에, 수염까지 제멋대로 자라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남자들 얼굴이 매한가지였다. 공항 화장실에선 전동면도기 소리도 들렸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대체 올림픽이 뭐라고.’

그러나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가다 만난 입간판은 향후 리우에서의 2주가 만만찮을 것임을 시사했다. 입간판엔 리우시의 상징인 예수상을 배경으로 총으로 무장한 브라질 군인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리우는 올해 1~4월 강력·폭력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가 2천여명에 이르는 도시다. 각국에서 온 취재진과 함께 미디어 숙소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르자 군인들이 호위했다. 그 뒤를 사진기자들이 쫓으며 카메라에 담았다.

리우 갈레앙 공항의 입간판. 리우시의 명물인 예수상을 배경으로 무장한 브라질 군인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권승록 기자
리우 갈레앙 공항의 입간판. 리우시의 명물인 예수상을 배경으로 무장한 브라질 군인이 전면에 배치돼 있다. 권승록 기자

리우 외곽을 달리던 버스는 드넓은 대서양을 잠시 보여주더니 곧바로 선수촌과 미디어 숙소가 위치한 바하 지역으로 향했다. 도로 이정표 옆에 리우올림픽 엠블럼과 마스코트 ‘비니시우스’가 붙어 있어 올림픽 분위기를 겨우 실감할 수 있었을 뿐 올림픽 전야다운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려 도로 요소요소에 전진배치된 장갑차가 이곳이 올림픽이 곧 열리게 될 공간이란 점을 대변하고 있었다.

시내로 접어들자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다. 올림픽 선수들과 취재진을 위해 1차선을 비우는 조처 때문에 악명 높은 리우의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파른 언덕과 산등성이마다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거대한 파벨라(빈민촌)를 형성하고 있었다. 리우에 오기 전부터 파벨라에 대해선 여러번 주의를 들었다. 공권력도 포기한 범죄의 온상이니 절대 접근하지 말라고. 이날도 무장한 병력들이 파벨라의 골목들 사이를 수시로 드나들었다.

올림픽에 대한 이곳 사람들의 정서는 분노 또는 무관심이다. 지난 3일 올림픽 성화가 개막식이 열릴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멀지 않은 리우 북부의 빈민가를 지날 때는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돌 등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섬광 수류탄과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고 3명이 다쳤다. 심각한 경제난, 치솟는 실업률과 범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이후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회복지 감축이 이어지자 ‘부자들만의 올림픽’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숙소 내 화장실. 샤워가림막을 버티지 못한 철제봉이 끊겨 떨어져내린 모습. 권승록 기자
미디어 숙소 내 화장실. 샤워가림막을 버티지 못한 철제봉이 끊겨 떨어져내린 모습. 권승록 기자

5일(한국시각 6일 아침) 개막식에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호세프 대통령과 올림픽 유치의 중심인물인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한다.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개회선언을 하는 동안 야유가 터질 것을 우려해 정부는 음악을 크게 틀 준비를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한다. 경기장 밖에선 올림픽 반대 시위도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경기 입장권은 팔리지 않아 남아돌고, 브라질 최대 미디어기업 글로부는 개막 다음날인 6일 경기도 중계하지 않을 예정이다.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의 최근 조사(응답자 2797명)에서 응답자의 63%가 이번 올림픽 개최에 반대한다고 했다.

개막식 예술감독 중 한명인 페르난두 메이렐리스는 <아에프페>(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개막식이 브라질에 일종의 항우울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빈민촌 현실을 다룬 영화 <시티 오브 갓>의 감독이다.

공항을 떠난 지 30여분 지나 바하 지역에 다다르니 선수촌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북한, 콜롬비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세르비아 등 올림픽 참가국들의 국기가 선수촌 건물 밖에 걸려 바람에 나부꼈다. 선수촌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엔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라고 쓰인 펼침막도 걸려 있었다.

권승록 기자
권승록 기자
미디어 숙소는 열악했다. 시공을 이제 간신히 마친 듯 콘크리트 가루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틀자 샤워실 가림막을 버텨주던 철봉이 떨어져내렸다. 브라질의 현재 평균기온은 18~22도로 밤이면 쌀쌀하지만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는다. 숙소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그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다”라며 “곧 고쳐주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벨라루스에서 온 한 기자는 숙소 예약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도착 5시간이 넘도록 방을 구하지 못했다.

올림픽이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리우데자네이루/글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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