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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꿈 향해 강스파이크 때릴래요”

등록 2016-07-14 19:54수정 2016-07-14 20:58

[내일은 우리가 주인공]
(3) 배구 꿈나무 은식이, 김세진을 만나다
오케이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왼쪽)이 8일 경기도 용인의 오케이저축은행 훈련장에서 은식이(가명)의 공격 자세를 가다듬어주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오케이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왼쪽)이 8일 경기도 용인의 오케이저축은행 훈련장에서 은식이(가명)의 공격 자세를 가다듬어주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열네살 은식이(가명)는 중학교 배구 선수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구를 했으니까 남들보다 출발이 조금 늦었다. “남들한테 지기 싫어서” 더 악착같이 배구를 했다. ‘독종’이란 별명도 생겼다. 그래도 괜찮다. “배구 국가대표”의 꿈이 있기 때문이다.

은식이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오케이(OK)저축은행 배구 훈련장을 찾았다. 오케이저축은행을 두 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김세진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케이저축은행에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송희채 선수도 있다.

“어~”

김세진 감독과 마주 선 순간, 은식이는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곁에 있던 엄마는 “아이가 조금 수줍음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런 은식이를 편하게 해주려 농담 섞인 말로 분위기를 밝게 유도했다. 은식이의 키는 170㎝ 남짓.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152㎝밖에 안 됐어. 꼿꼿이 서서 네트 밑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니까. 다들 배구 선수 맞냐고 했는데 그때는 세터였으니까. 하하핫.” 김 감독의 현재 키는 197㎝다. 어린 시절 김 감독이 그랬듯 은식이도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컸겠지’ 하는 마음에 매일 키를 재본다. “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싶어 191㎝까지 자라고 싶다”는 은식이에게 “요즘 공격수들 다 커서 2m5 이상 커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김 감독이었다.

은식이는 배구팀이 새롭게 생긴 경상도의 중학교로 스카우트되면서 작년 10월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다. “실전 경험을 쌓고 싶어서” 경기 출전을 많이 할 수 있는 신생팀을 선택했지만 1학년 학생들로만 배구팀이 꾸려져 있어 지금까지 5전 전패를 당했다.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승부욕이 강한 은식이의 전투력은 마구 상승 중이다. “지난번에 한 세트를 듀스 끝에 30-32로 진 적이 있었거든요. 진짜 아까웠어요.” 은식이가 경기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상대 블로커를 피해 공을 코트에 꽂아넣는 시간차 공격. 그의 주 포지션은 레프트 및 센터다.

남보다 늦은 초등 4학년 때 시작
실전경험 위해 가족과 떨어져 지방행
김세진 감독의 충고는 “무조건 부딪혀라”

김 감독은 은식이에게 “무조건 부딪혀봐라”라고 조언을 해줬다. “너무 당장의 성적에만 연연하다 보면 포지션 선택권이 없어진다”며 “중학교 시절에는 이것저것 다 해보는 게 좋다. 감독·코치를 붙잡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공부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으나 사실 은식이는 지난 중간고사 때 예체능반에서 2등을 했다. “은식이가 욕심이 많다”는 게 엄마의 귀띔이다.

이날 은식이는 석진욱 오케이저축은행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김 감독에게서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했다. “(리시브를 할 때) 상체를 펴고 하체의 힘으로 버텨라”라거나 “(공격할 때 공을) 앞이 아니라 머리 위에 놓고 때려라”라는 식의 조언을 건넸다. 은식이는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김 감독은 “힘도 좋고 기술만 놓고 보면 중학교 3학년 실력”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 칭찬에 헤벌쭉 미소를 짓는 은식이였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은식이에게 자신의 첫 국가대표 경험담을 얘기해줬다. “19살 때 처음 국가대표가 돼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훈련보조금을 받았어. 배구 하고 처음 받은 목돈이니까 참 벅차더라고. 그것을 다음날 선수촌에 찾아온 어머니께 전부 드리고 돌아섰는데 나중에 보니 길가에 앉아서 펑펑 울고 계시더라. 누구나 스타플레이어는 될 수가 없어. 너라고 예외는 아닐 거야. 하지만 안 되라는 법도 없지. 선수생활 하면서 힘든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너의 꿈을 펼쳤으면 해.” 아마 몇년 뒤 은식이가 국가대표가 돼 선수촌에 들어가면 가족과 함께 김 감독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까.

(김 감독은 이날 은식이를 위한 개인 후원자가 됐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배구 국가대표의 꿈을 이어가고 있는 은식이를 후원하고 싶은 독자는 월드비전 누리집(www.worldvision.or.kr)을 방문하면 된다.)

용인/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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