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때 마이클 펠프스(왼쪽) 등과 함께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계영에서 우승한 컬런 존스. (왼쪽 셋째)
리아 닐과 시몬 매뉴얼. 함께 스탠퍼드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최근 2016 리우올림픽 미국 수영 대표팀에 나란히 뽑혔다. 흑인 여자 선수 두 명이 동시에 올림픽 수영 대표팀에 발탁된 것은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만큼 흑인 수영 선수가 드물다고 하겠다. 닐은 여자 400m 계영 대표로 미국 올림픽 역사상 두 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자 선수로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했으며 매뉴얼은 이번이 첫 출전이다. 미국 흑인 수영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런던올림픽 400m 남자 혼계영의 컬런 존스까지 3명밖에 없다.
<비비시> 등 외신들은 인종 차별의 아픈 역사가 미국 수영에 투영돼 있다고 말한다. 1920~1930년대 미국에서는 수영이 레저 생활로 유행했고, 1950~1960년대에는 스포츠로서 수영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수영장이 2000여개 만들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인종 차별 때문에 흑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았다. 1964년 한 호텔 매니저는 흑인이 수영장 안에 있자 물속에 염산을 뿌리기도 했다.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흑인들을 위한 수영장도 지어지기는 했으나 1m 깊이에 12m 정도의 길이밖에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수영을 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미국 와이엠시에이(YMCA)의 재닛 라이트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흑인들은 1950년대까지 수영이 허락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수영을 할 줄 모르니 아버지도 모를 수밖에 없고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쳐줄 수도 없다”고 했다. 2010년 미국 멤피스대학 조사에서 미국 흑인 아이들의 68.9%는 수영을 거의 할 줄 모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백인(41.8%)이나 히스패닉계(57.9%)와 비교할 때 높은 수치다. 미국 수영협회는 “부모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경우 아이들이 수영을 배울 확률은 13%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흑인은 수영에 취약한데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흑인 선수들이 높은 골밀도 때문에 수영에 약하다는 이유를 들지만 <비비시>는 “잘못된 과학 지식”이라고 했다.
한편 흑인 최초의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는 앤서니 네스티(수리남)로, 네스티는 1988 서울올림픽 접영 남자 100m에서 시상대 맨 꼭대기에 섰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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