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감독(뒷줄 맨 왼쪽) 등 여자배구 대표팀 코치진과 선수들이 1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출정식을 겸한 기자회견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진천/연합뉴스
“반드시 올림픽 메달을 따내겠습니다.”
여자배구 대표팀이 12일 충북 진천선수촌 대강당에서 리우올림픽 출정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정철 감독과 12명의 선수들은 한 명도 예외 없이 메달 획득을 목표로 내세웠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김연경·터키 페네르바흐체). “4년 전 런던에서는 메달 문턱에서 넘어졌는데 이번에는 절실함을 잊지 않고 원없이 하는 게 목표.”(양효진·현대건설) “언니들을 믿고 패기와 자신감 있게 열심히 플레이하겠다.”(이재영·흥국생명)
이정철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야 하는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올해가 한국에 배구가 도입된 지 100년이고,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여자배구가 동메달을 딴 지 40년이 된 해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일본에 패해 아깝게 4위에 머문 아쉬움도 갚아야 한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런던올림픽 때에 비해 공격 쪽에는 좀더 어린 선수들이 배치됐고 세터와 리베로는 상대적으로 노장들이 발탁됐다. 패기 있고 과감한 공격을 유도하면서 수비에는 안정을 꾀한 셈이다. 이 감독은 “예선전을 통해 어느 정도 성과는 있다고 보지만 올림픽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정철 감독은 우리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가 김연경에 대한 대비를 많이 하면 김연경 이외의 선수들이 잘해주면 된다”며 “다른 선수들에게 더 신경을 쓴다면 그땐 김연경을 좀더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한국은 남미나 유럽 선수들에 비해 높이와 파워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범실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며 “서브를 예리하게 때려 상대를 흔들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강력한 서브를 선보인 김희진은 “내 서브 차례 때 중요한 고비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연습할 때 부담감도 있었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주장 김연경이 1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출정식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 제공
여자 대표팀은 8월6일(현지시각) 첫 상대로 숙적 일본과 대결한다. 다른 조별 예선 경기와 다르게 오전 9시30분에 치른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감독은 예선 5개국 중 브라질과 러시아를 강팀으로 꼽으면서 일본·아르헨티나·카메룬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팀 맏언니인 이효희(36·한국도로공사)는 “일본은 수비가 좋은 팀이기 때문에 단조롭지 않은 경기를 하겠다”며 “무엇보다 일본 선수들보다 우리가 더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와 높은 범죄율로 불안감을 주고 있지만 선수들은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김연경은 “솔직히 불안한 마음이 있지만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황연주(30·현대건설)는 “치안 문제는 선수촌에 있으니 큰 걱정 할 필요가 없고,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남)지연 언니가 모기 잡는 전기채를 마련해 우리는 걱정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주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여자 대표팀은 이번주부터 훈련량을 조절하며 컨디션 관리에 들어간다. 이정철 감독은 “지난주까지 자주 강조한 말이 ‘견뎌라, 참아라’였다. 이제부터는 올림픽 때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대표팀은 오는 23일 네덜란드로 전지훈련을 떠나 네덜란드 대표팀과 두 차례 경기를 치른 뒤 29일 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할 예정이다. 예선전 이후 부족한 실전 경험을 메우고 키 큰 선수들과의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진천/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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