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서 전혀 답이 없네요. 답답합니다. 우리 선수들 어떻게 하죠?”
박용제(45) 감독은 선수들 걱정부터 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포스코(회장 권오준)의 약속 위반으로 실업 여자 배드민턴 선수 6명이 터전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2년4개월 전 포스코특수강 팀으로 창단됐다가 지난해 2월 세아창원특수강으로 넘어간 뒤 지난 3월15일 공식 해체된 여자 실업 배드민턴팀 이야기다. 이들은 현재 경남체육회 소속으로 돼 있으며, 세아창원특수강의 배려로 창원의 훈련장, 숙소를 쓰고 있으나 기한이 6월30일까지여서 7월이면 터전을 잃게 된다.
포스코는 2014년 2월 당시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통해 여자 실업 배드민턴팀을 창단했다. 당시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삼성전기 선수·트레이너 출신인 박용제 감독이 팀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2015년 2월 포스코특수강이 세아그룹으로 매각되면서 사정이 확 달라졌다. 당시 포스코는 세아창원특수강으로 여자 배드민턴팀을 함께 넘기면서 “1년 동안 팀을 맡아주면 포스코 계열사로 다시 인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아 쪽이 인수계약서에 이런 내용을 적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포스코 쪽은 회장들끼리 약속한 것인데 걱정 말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포스코가 지난해 12월15일 돌연 배드민턴팀을 다시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지난 3월 팀 해체 뒤 경남체육회 쪽으로 넘어가, 팀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선수들은 정부에서 주는 실업급여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박 감독은 “현재 국가대표인 김혜린 등 선수 6명이 다른 팀으로 안 가고 남아 있다. 또한 여고 랭킹 1, 2위 선수 2명이 입단하기로 했는데 큰일이다. 다른 기업이 인수해주도록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포스코가 다시 팀을 맡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