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현(왼쪽)과 김하나가 지난 16일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미디어 행사 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명예회복과 정상탈환!
2016 리우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팀의 두 가지 ‘키워드’다. 이득춘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은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안 좋았다. 명예회복과 정상탈환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혼합복식은 결승 진출을 목표로 하는데,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 금메달을 예상한다”고 두 종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득춘 감독이 기대를 거는 혼합복식의 주인공은 고성현(29·김천시청)-김하나(27·삼성전기) 짝이다. 최근 기량이 일취월장해 세계 2위로 순위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세계 1위는 중국의 장난(26)-자오윈레이(30)가 버티고 있지만 해볼 만하다는 게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2012 런던올림픽 때 정경은(26·KG인삼공사)과 짝을 이뤄 여자복식에 출전한 김하나는 당시 조별예선에서 ‘져주기 파문’으로 실격을 당한 아픔이 있어 이번 리우에서 최소 은메달 획득으로 명예회복을 노린다. “올림픽에 두번째 출전합니다. 4년 전에는 고의패배 때문에 안 좋았는데, 후회 없는 게임을 뛰고 싶어요. 아직 상처가 아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때 못 펼쳤던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이를 악문다.
김하나-정경은은 당시 중국 선수들이 자국 선수들을 만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져주기 플레이를 하자, 이에 대응해 똑같이 무성의한 경기로 대응하다 문제가 돼 모두 실격 처리돼 선수생활에 큰 위기를 맞았다. 이후 국가대표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았고 6개월 만에 징계가 해제됐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아 한달 동안 라켓을 잡지 못했어요. 경기장에서 관중에게 야유받는 순간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김하나는 이런 고난을 딛고 재기에 성공했다.
김하나는 2013년부터 고성현과 짝을 이뤄 국제대회에 출전해 127승50패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 독일오픈 그랑프리골드와 4월 싱가포르오픈 슈퍼시리즈에서 연이어 우승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들의 전담코치는 현역 때 국가대표로 이름을 떨친 라경민 코치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김하나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고성현도 큰 아픔을 가지고 있다. 런던올림픽 이후 이용대(28·삼성전기)의 남자복식 파트너 정재성이 은퇴하자, 1년 남짓 이용대와 짝을 이루게 됐다. 둘은 세계 1위까지 오르고 코리아오픈에서도 우승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고성현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자 코칭스태프는 이용대 파트너를 유연성(30·수원시청)으로 교체해버렸다. 당시 고성현은 운동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고성현은 원래 유연성과 남자복식 파트너였고, 런던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고성현은 “4년 전에는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리우에서는 마음껏 기량을 펼치고 싶다”고 벼른다.
고성현은 “나는 공격에서 파워가 좋다”며 “김하나는 워낙 정교한 플레이를 잘해서 어느 선수와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는 이어 “이전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부족한 부분만 보완한다면 리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하나는 “저희가 좀 경기력에 기복이 있다. 예전보다 적어지기는 했는데 쉬운 볼 미스가 많다.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고 자신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는 네트플레이 실수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런던올림픽에서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이용대-정재성의 남자복식 동메달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리우에서는 이용대-유연성이 부동의 남자복식 세계 1위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지만 올림픽 특성상 장담할 수는 없다. 고성현-김하나가 더욱 힘을 내야 하는 이유다.
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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