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 아래 부근이 심하게 갈라져 있는 장충코트.김경무 선임기자
하드코트 9개면 바닥, 곳곳 갈라졌으나 ‘방치’
서울시·위탁운영 맡은 코오롱 관리 부실 탓
서울시·위탁운영 맡은 코오롱 관리 부실 탓
“한국 테니스의 산실 장충코트가 관리 부실로 완전 폐허가 됐어요. 한번 가보세요.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런 제보를 받고 지난 13일 오후 서울 남산 2호 터널 근처에 있는 장충코트(공식 명칭 ‘장충 장호테니스장’)에 가봤다. 센터코트 1개 면 등 하드코트 9개 면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몇몇 코치들 지도 아래 일반인 3~4명이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코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바닥 곳곳이 보기 흉할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클럽하우스 앞쪽 중앙에 있는 3~5번 코트의 경우, 네트가 쳐 있는 중앙 쪽은 완전히 바닥이 쩍 벌어져 있었고 코트 한쪽 면도 그랬다. 관중석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센터코트 바닥도 한쪽은 금이 길고 심하게 가 있었다.
“점점 더 벌어지고 있어요. 일반인들에게는 이렇게 아직 레슨은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테니스 대회를 치르기에는 부적합하죠. 사용인들의 민원으로 서울시에서 조명시설은 고쳐줬는데 코트 바닥은 예산이 없어 보수를 하지 못한다네요.” 코트 상태를 물으니 한 코치로부터 이런 답이 돌아왔다. 레슨도 하지만 오전 6시~밤 10시까지 운영되는 이 코트에는 평일에는 6~10팀, 주말에는 25팀이 가량이 예약을 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게 이 코트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코오롱 스포렉스 쪽의 설명이다. 국가대표 출신 장의종 국민대 교수도 ‘프로 테니스 아카데미’를 이곳에서 운영하며 엘리트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장충코트는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장호배 주니어테니스대회 등 각종 국내·국제대회 개최를 통해 이덕희, 전영대, 유진선, 이형택, 정현 등 스타들을 배출해낸 한국테니스의 산실과 같은 곳이다.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을 두차례 역임한 고 홍종문 회장이 테니스협회 소유 코트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1971년 사재 3000만원을 쾌척해 건립한 이후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코트다. 테니스협회가 2008년까지 38년 동안 무상으로 운영·관리했는데, 무상 사용기간이 만료돼 2013년까지 5년 동안은 1년에 8800만원을 내야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유재산임을 이유로 2013년 2월 공개 입찰을 했고, 코오롱 스포렉스가 선정돼 3년 동안 위탁운영 관리하고 있다. 선정 당시에도 테니스인들은 “한국테니스의 성지라는 상징성이 있는 장충코트를 상업자본에 넘길 게 아니라 테니스협회가 운영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코오롱 스포렉스는 1년에 2억2000만원을 내고 장충코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체 직원인 코치 5명을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곳 시설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와 코오롱 스포렉스의 관리 부실로 코트 바닥은 각종 대회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어, 테니스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그래서 고 홍종문 회장 유지를 받들어 설립된 장호테니스재단(이사장 류재성)은 테니스인들의 서명을 받아 지난 11일 “서울시의 최고가 공개입찰 대상으로 돼 있는 한국테니스의 정신적 고향인 장충장호테니스장을 우리 재단이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진정서까지 서울시에 낸 상황이다. 장충코트는 오는 8월9일 코오롱 스포렉스와의 위탁운영 계약이 만료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13일 바닥이 갈라진 장충코트 센터코트에서 한 남성이 레슨을 받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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