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볼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 미8군 소프트볼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스포츠 ON] 소프트볼 여자대표팀
‘왕언니’ 석은정(29)은 중학교 3학년 때 소프트볼을 시작했다. “아빠가 야구부 중학교 감독이셨던” 영향도 있고 “운동도 워낙 좋아했다”. 석은정이 설명하는 소프트볼의 매력은 이렇다.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니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박진감이 넘친다.” 소프트볼만 13년 한 정윤영(28)의 말도 다르지 않다. “소프트볼 플레이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이기고 있어도 끝날 때까지 긴장을 절대 늦출 수 없다.”
소프트볼은 야구의 축소판이다.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사이 거리가 12.19m(야구 18.44m)에 불과하고 누간 거리도 18.29m(야구 27.43m)로 짧다. 소프트볼 대표팀 양이슬(28)은 “누간 거리가 짧으니까 베이스러닝이 정말 중요하다.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치고 달리는 게 2~3초 내에 이뤄진다”고 했다. 선수들이 소프트볼 최고의 매력을 단연 “스피드”로 꼽는 이유다. 좁은 공간에서 득점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작전 구사도 많고 다양한 플레이 또한 많이 나온다.
소프트볼 공 둘레는 30.2~30.8㎝, 무게는 177~198.4g으로 야구공(둘레 22.9~23.5㎝·무게 141.7~148.8g)보다 크고 무겁다. 하지만 공이 큰 만큼 실밥도 도톰해서 변화구 구사는 오히려 편하다. 소프트볼은 언더핸드 투구만 가능한데 라이즈, 드롭, 체인지업, 슬라이더, 슈트 등의 구질이 있다. 실업야구 선수 출신으로 1986년부터 소프트볼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황창근 대표팀 감독은 “변화구는 오히려 야구보다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변화구 연마를 위해 소프트볼 공을 사용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도 있다”고 했다. 공의 구속은 시속 90㎞ 안팎까지 나오는데 일본 1부 리그에서는 시속 100㎞ 안팎까지 기록되고 미국 선수 중에는 시속 120㎞의 강속구를 뿌리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누간 18m로 야구 27m보다 짧아
공 커 솔기 도톰…구질 변화무쌍
작전 더 잘 통해 박진감 넘쳐 익산서 개막한 동아시아대회
“2위 목표”…10일 세계1위 일본과 경기
“올림픽 무대 밟는 게 꿈” 한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에는 현재 17명의 선수들이 있다. 석은정이 대표팀 12년차로 가장 경험이 많고 막내 김하늘(21)이 올해 3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배내혜(32) 플레잉코치는 재일동포 3세로, 한국 소프트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생 배유가(28)와 함께 2014년 귀화를 했다. 배 코치는 지난 5월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히로세(35) 일본인 코치와 함께 2008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해 소프트볼 종목 금메달을 따냈던 실력파다. 귀화 이후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배 코치는 “일본은 어릴 때부터 소프트볼을 많이 하고 남자 소프트볼 팀도 있다. 저변이 넓은 게 세계 최강인 이유”라며 “한국 대표팀도 최근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대한소프트볼협회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는 전국 30개 팀, 500여명의 소프트볼 등록 선수가 있다. 소프트볼 대표팀은 대회가 없을 때면 주로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훈련을 한다. 미군기지 외에는 소프트볼 전용구장이 없어서 주로 리틀야구장 등에서 연습하거나 대회를 치른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와 함께 소프트볼이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전 경기 경험이 부족한 것은 못내 아쉽다. 황창근 감독은 “일본은 자체 리그 경기만 연간 150경기를 한다. 하지만 한국은 10경기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고 했다. 역대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최고 성적은 4위. 일본은 물론 대만, 중국에도 밀린다. 하지만 지난해 동아시아컵 대회 때는 중국을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8일 전북 익산 리틀야구장에서 개막한 동아시아컵 대회에서는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동아시아컵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4개국만 참가했고 한국은 9일 대만전(낮 12시)을 시작으로 10일 중국전(오전 9시), 일본전(오후 2시)을 차례대로 치른다.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꿈을 안고 소프트볼 대표팀 선수들은 오늘도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쇼트 바운드의 노란 공을 낚아채 힘차게 1루로, 2루로 그리고 홈으로 뿌리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소프트볼-야구 비교표
공 커 솔기 도톰…구질 변화무쌍
작전 더 잘 통해 박진감 넘쳐 익산서 개막한 동아시아대회
“2위 목표”…10일 세계1위 일본과 경기
“올림픽 무대 밟는 게 꿈” 한국 여자 소프트볼 대표팀에는 현재 17명의 선수들이 있다. 석은정이 대표팀 12년차로 가장 경험이 많고 막내 김하늘(21)이 올해 3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배내혜(32) 플레잉코치는 재일동포 3세로, 한국 소프트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생 배유가(28)와 함께 2014년 귀화를 했다. 배 코치는 지난 5월 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히로세(35) 일본인 코치와 함께 2008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해 소프트볼 종목 금메달을 따냈던 실력파다. 귀화 이후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배 코치는 “일본은 어릴 때부터 소프트볼을 많이 하고 남자 소프트볼 팀도 있다. 저변이 넓은 게 세계 최강인 이유”라며 “한국 대표팀도 최근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대한소프트볼협회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는 전국 30개 팀, 500여명의 소프트볼 등록 선수가 있다. 소프트볼 대표팀은 대회가 없을 때면 주로 서울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훈련을 한다. 미군기지 외에는 소프트볼 전용구장이 없어서 주로 리틀야구장 등에서 연습하거나 대회를 치른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와 함께 소프트볼이 정식종목으로 다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실전 경기 경험이 부족한 것은 못내 아쉽다. 황창근 감독은 “일본은 자체 리그 경기만 연간 150경기를 한다. 하지만 한국은 10경기 정도밖에 하지 못한다”고 했다. 역대 아시안게임 소프트볼 최고 성적은 4위. 일본은 물론 대만, 중국에도 밀린다. 하지만 지난해 동아시아컵 대회 때는 중국을 밀어내고 3위에 올랐다. 8일 전북 익산 리틀야구장에서 개막한 동아시아컵 대회에서는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동아시아컵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4개국만 참가했고 한국은 9일 대만전(낮 12시)을 시작으로 10일 중국전(오전 9시), 일본전(오후 2시)을 차례대로 치른다.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꿈을 안고 소프트볼 대표팀 선수들은 오늘도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쇼트 바운드의 노란 공을 낚아채 힘차게 1루로, 2루로 그리고 홈으로 뿌리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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