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 박태환이 불붙인 ‘이중처벌’ 논란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 뒤에도 3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도록 하는 대한체육회 규정이 박태환을 만나며 ‘이중처벌’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중처벌이라고 보는 쪽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카스)에서 다뤄진 두 사례를 근거로 들고 있다.
2011년 10월 카스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미국올림픽위원회의 규정을 ‘이중처벌’이라며 삭제를 권고했다. 이 규정의 근거가 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오사카룰’에 대해서도 무효화를 권고했다. 결국 오사카룰을 없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각국 올림픽위원회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도핑검사 적발 선수의 올림픽 출전권을 평생 박탈했던 영국올림픽위원회가 2011년 세계반도핑기구의 관련 규정 삭제 요구에 반발해 카스에 제기한 중재 요청도 기각됐다.
국내 규정이 이중제재를 허용하지 않는 세계적 흐름과 차이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규정이 만들어진 2014년 7월은 정부가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반드시 없어져야 할 ‘스포츠 분야 4대악’으로 지목하고 강력한 근절대책 마련에 나선 때였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박태환 논란’ 관련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체육회 규정을 만들 때 앞선 사례에 대한 검토 없이 당시 분위기에 휩쓸려 만든 것 같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박태환 사태가 발생하며 논란이 될 텐데 그의 올림픽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체육회가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래혁 전 대한체육회 법무팀장 등은 “규정 제정 당시 불거진 스포츠 4대악 등 체육계 현실을 반영해 결격사유를 강화한 것”이라며 “규정을 바꾸면 형평성 시비에 휘말리고 약물 근절에 대한 체육계의 의지도 퇴색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체육회는 국내 규정에 이중처벌의 요소가 있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특정인을 위해 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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