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중학교 티볼 스포츠클럽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의 학교 운동장에서 수업을 마치고 모여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스포츠 ON]
서울 대영중 여자 티볼 클럽
서울 대영중 여자 티볼 클럽
10번 (차)은희는 달리기를 잘한다. 뛰면 1루에서 무조건 세이프 된다. 4번 (한)금지는 힘이 세다. 쳤다 하면 장타다. “살 빼려고 들어왔는데 2년 동안 10㎏이 쪘어요”라며 투덜대는 5번 (유)지민이는 애교가 넘친다.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어릴 적부터 야구를 해서 티볼에도 익숙하다. 웃는 모습이 예쁜 100번 (김)예지는 팀 매니저다. 운동은 잘 못하지만 3년차 매니저답게 친구들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32번 (윤)고은이가 에이스예요. 윤두준(아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이 아육대(아이돌육상대회·TV 특집 프로그램) 때 32번을 달아서 32번을 택했어요. 경기하다가 분위기가 다운되면 고은이가 분위기를 살려줘요. 7번 (김)정윤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골프를 배웠는데 지금은 관뒀어요. 골프 치는 것과 달라서 치기 어렵다고 그래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영중학교 운동장은 월·수·금 오후 3시30분이 되면 시끄러워진다. 3학년 여학생 12명이 모여서 오후 5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티볼 연습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인 설충석 교사가 올해를 끝으로 다른 학교로 가기 때문에 1, 2학년 학생은 새로 받지 않았다. 설 교사는 “야구는 투수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티볼은 투수가 없고 정지된 볼을 치기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데로 공을 보낼 수 있다”고 티볼의 장점을 설명했다.
부상 방지를 위해 말랑말랑한 우레탄 재질의 공과 방망이를 사용하는 티볼은 10명이 경기를 한다. 전원타격제로 10명 모두 타격을 마쳤을 때 공수가 교대된다. 1루에는 빨간색(타자용), 하얀색(수비용) 베이스 두 개가 놓이는데 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3이닝으로 진행되고 잔루인정제를 적용해 공격이 종료됐을 때 상황이 다음 이닝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1회초 잔루가 2, 3루라면 2회초 공격을 주자가 2, 3루 있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식이다. 3이닝이 마무리됐을 때 두 팀이 동점이면 잔루 상황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수비는 10명 전원이 참여하는데 야구와 비슷한 대형으로 선다.
남녀노소 쉽게 야구 즐기게
투수 없이 배팅 티에 공 얹고 쳐 3학년 여학생 12명이 한팀
1학년땐 티격태격…지금은 금세 화해
“한팀으로 최선다해야 승리하니까요”
경기뒤 체육실서 먹는 라면맛 ‘최고’ 대영중 티볼 스포츠클럽 에이스인 고은이는 티볼의 매력에 대해 “공을 쳐서 멀리 날아가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수비할 때 공을 잡으면 마치 좋은 것을 끌어안은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라고 설명했다. 1학년 말에 팀에 들어온 11번 (정)예림이도, ‘문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문)정윤이도, 2학년 때 맨 꼴찌로 들어와 “팀 막내”라는 (김)신우도 “한번 해보면 정말 재밌어요. 메달을 따면 더 좋고요”라고 거들었다. 1학년 때 좋아하던 남학생 번호를 따서 12번을 단 (이)서연이는 “원래 안타 치기 아주 힘든데 필(feel)이 오는 날이 있어요. 공 잡는 맛이 있는데, 한 번 잡으면 진짜 운 터진 날로 봐야 해요”라며 웃었다. “눈물이 유독 많다”는 서연이는 “실수하면 친구들한테 미안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저 때문에 지면 더 그렇고요”라고 했다. 1학년 때 고은이와 함께 가장 먼저 클럽에 든 지민이는 “경기 끝나고 체육부실에서 다 같이 끓여 먹는 라면 맛이 진짜 최고”라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 티볼 스포츠클럽이 3077개(7만6919명)라고 집계했다. 이 중 중학교 클럽은 634개(2만9359명)이고 여중생은 9997명(2015년 기준)이 뛰고 있다. 서울시에는 총 17개 여중생 티볼팀(313명)이 4개 조로 나뉘어 홈·원정 리그를 벌인 뒤, 조 1, 2위가 참여하는 8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대영중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배 대회 준우승, 지지난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여름 숭의여중과의 예선 경기 3회 마지막 공격 때 주자가 홈에서 아웃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한다. 동점이어서 잔루 비교에서 졌는데, “비디오 판독을 했어야만 했다”고까지 하니 많이 억울했나 보다. 9번 (임)지윤이는 “선배들까지 보러 왔는데 아깝게 져서 거의 다 울었어요”라고 했다. 3학년이 되면서 학업 때문에 훈련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목표는 우승이다. 아이들은 안다. 졸업 선물과도 같을 우승 메달을 위해서는 홈런을 펑펑 터뜨려줄 금지도, 공을 척척 받아내는 고은이도, 1루까지 전력질주해줄 은희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잔소리를 많이 하는 주장 지윤이나 궂은일도 마다 않는 예지, 할머니 수술 때문에 이날 연습에 빠진 (이)연희까지 ‘한 팀’으로 최선을 다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지윤이가 “우린 한 팀으로 잘 맞아요. 싸워도 같은 팀이니까 빨리 풀리죠”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설 교사는 학교 스포츠클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운동을 하면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지는 날도 있고 다른 친구 때문에 질 때도 있어서 지더라도 남탓을 하지 않죠. 1학년 때는 아이들끼리 문제도 많았지만 여러 번 다투고 용서하는 과정에서 해결 방법을 알아가고 또 화해를 하더군요.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제는 다 알아요. 전부 12명인데 다퉈서 몇 명이 빠지면 경기에 나가지도 못하니까요.” 햇살이 아주 따스했던 봄날의 오후, 아이들은 교실 밖 ‘티볼’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함께’라는 의미를 배워가며 한 움큼씩 자라고 있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대영중학교 티볼 스포츠클럽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카메라 앞에서 재미있는 표정으로 끼를 발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투수 없이 배팅 티에 공 얹고 쳐 3학년 여학생 12명이 한팀
1학년땐 티격태격…지금은 금세 화해
“한팀으로 최선다해야 승리하니까요”
경기뒤 체육실서 먹는 라면맛 ‘최고’ 대영중 티볼 스포츠클럽 에이스인 고은이는 티볼의 매력에 대해 “공을 쳐서 멀리 날아가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수비할 때 공을 잡으면 마치 좋은 것을 끌어안은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라고 설명했다. 1학년 말에 팀에 들어온 11번 (정)예림이도, ‘문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문)정윤이도, 2학년 때 맨 꼴찌로 들어와 “팀 막내”라는 (김)신우도 “한번 해보면 정말 재밌어요. 메달을 따면 더 좋고요”라고 거들었다. 1학년 때 좋아하던 남학생 번호를 따서 12번을 단 (이)서연이는 “원래 안타 치기 아주 힘든데 필(feel)이 오는 날이 있어요. 공 잡는 맛이 있는데, 한 번 잡으면 진짜 운 터진 날로 봐야 해요”라며 웃었다. “눈물이 유독 많다”는 서연이는 “실수하면 친구들한테 미안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요. 저 때문에 지면 더 그렇고요”라고 했다. 1학년 때 고은이와 함께 가장 먼저 클럽에 든 지민이는 “경기 끝나고 체육부실에서 다 같이 끓여 먹는 라면 맛이 진짜 최고”라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 티볼 스포츠클럽이 3077개(7만6919명)라고 집계했다. 이 중 중학교 클럽은 634개(2만9359명)이고 여중생은 9997명(2015년 기준)이 뛰고 있다. 서울시에는 총 17개 여중생 티볼팀(313명)이 4개 조로 나뉘어 홈·원정 리그를 벌인 뒤, 조 1, 2위가 참여하는 8강 토너먼트를 벌인다. 대영중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배 대회 준우승, 지지난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여름 숭의여중과의 예선 경기 3회 마지막 공격 때 주자가 홈에서 아웃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한다. 동점이어서 잔루 비교에서 졌는데, “비디오 판독을 했어야만 했다”고까지 하니 많이 억울했나 보다. 9번 (임)지윤이는 “선배들까지 보러 왔는데 아깝게 져서 거의 다 울었어요”라고 했다. 3학년이 되면서 학업 때문에 훈련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목표는 우승이다. 아이들은 안다. 졸업 선물과도 같을 우승 메달을 위해서는 홈런을 펑펑 터뜨려줄 금지도, 공을 척척 받아내는 고은이도, 1루까지 전력질주해줄 은희도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잔소리를 많이 하는 주장 지윤이나 궂은일도 마다 않는 예지, 할머니 수술 때문에 이날 연습에 빠진 (이)연희까지 ‘한 팀’으로 최선을 다할 때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지윤이가 “우린 한 팀으로 잘 맞아요. 싸워도 같은 팀이니까 빨리 풀리죠”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설 교사는 학교 스포츠클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운동을 하면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자신의 실수 때문에 지는 날도 있고 다른 친구 때문에 질 때도 있어서 지더라도 남탓을 하지 않죠. 1학년 때는 아이들끼리 문제도 많았지만 여러 번 다투고 용서하는 과정에서 해결 방법을 알아가고 또 화해를 하더군요.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제는 다 알아요. 전부 12명인데 다퉈서 몇 명이 빠지면 경기에 나가지도 못하니까요.” 햇살이 아주 따스했던 봄날의 오후, 아이들은 교실 밖 ‘티볼’이라는 스포츠를 통해 ‘함께’라는 의미를 배워가며 한 움큼씩 자라고 있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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