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제4국을 앞두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6.3.13 연합뉴스. 한국기원 제공
[8신](144~180수) 이세돌 180수만의 불계승, 알파고의 무리한 끝내기에도 침착 대응
이세돌 9단이 회심의 반격에 성공했다. 180수만에 알파고가 돌을 던졌다. 이세돌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현욱 8단은 대국 종료 직전 “알파고는 끝내기를 잘 하긴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패색이 짙어진 인간이 한 수 한 수 두면서 아쉬움을 달랠 때 나오는 수다”고 했다. 박정상 9단도 “알파고도 형세판단은 당연히 되어있을거고 의미없는 선수교환을 하고 있다.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고 했다. 알파고가 대국 종료 직전 1선으로 빠지면서 놓은 161번째, 169번째 끝내기는 정상급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착점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듯 180번째 수로 흑집에 침투하는 강한 끝내기로 알파고를 굴복시켰다.
[7신](135~143수) 이세돌의 확실한 우세, 끝내기만 남았다
끝내기 중 가장 큰 자리 중 하나인 우변을 이세돌 9단이 136번째 수로 먼저 차지했다. 우변에서 날일(日)자 행마를 발빠르게 가져가면서 우변 흑집을 허물었다. 동시에 우상귀에 두텁게 형성된 흑 집 역시 엷게 만들었다. 승기를 잡은 이 9단은 좌하귀에서도 무리하지 않았다. 전투를 벌이기보다 안전하게 흑돌 한 점을 따내면서 실리를 단단하게 지켜갔다.
알파고의 장고가 시작됐다. 초반과 중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한 수 한 수 착수하고 있다. 박정상 9단은 “알파고가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 흑과 백 중에 뭘 잡을까 생각해보면 백이다. 이세돌 9단 우세다”고 했다. 이제 상변 끝내기가 마지막 관문이다.
[6신](117~134수) 실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이세돌이 이긴다
“이건 이세돌 9단의 승리입니다.”
홍민표 9단이 알파고가 121번째를 두자 이렇게 말했다. 박정상 9단도 “이세돌 9단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알파고가 97수와 121수에서 범한 연이은 실수에 전세가 한번에 역전돼 버린 것이다.
이세돌 9단도 알파고의 실수에 의아해했다. 승기를 잡은 이 9단은 흥분하지 않기 위해 대국장 밖으로 나가 잠시 심호흡을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박정상 9단은 “알파고가 워낙 끝내기가 강하다. 이 9단이 한순간도 방심을 해서는 안되겠다”고 조언했다. 이세돌은 초읽기에, 알파고는 생각 시간이 30여분 남았다.
[5신](90~116수) 알파고의 연이은 실수에 다시 승부는 ‘원점’
“집으로 가면 이기기 힘들어보여요”라는 홍민표 9단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알파고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좌하귀 97번째 수를 뒀다. “어!““어!” 놀란 반응이 쏟아졌다. 이세돌 9단도 현장에서 이 수가 알파고가 둔 수가 맞는지를 직접 고개를 들어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했다. 너무 이상한 수라는 것이다.
박정상 9단도 97번째 수는 “알파고가 지나가는 길에 2집 정도를 헌납을 하고 간 것이다. 이 수까지도 알파고가 먼 훗날을 내다보고 둔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이현욱 8단도 “이건 기계만이 할 수 있는 실수다”고 했다. 이해가 안되는 수는 계속됐다. 101번째 수다. 우변에서 알파고가 흑의 사활을 더 뻗은 것이다. 이세돌 9단도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이현욱 8단은 알파고의 연이은 실수에 대해 “그럼에도 아직 이 9단이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4신](71~89수) 이세돌, 돌파구가 있지만 역전을 시킬 정도는 아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 9단이 선택한 한 수다. 이 수가 통해야만 한다.”
생각 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장고 끝에 내린 이 9단의 72번째 수, 즉 백이 흑의 중앙을 끊어낸 수를 보고 박정상 9단이 한 말이다. 중앙 흑 대형은 이미 두텁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둔다면 결과는 뻔하다. 그러자 이 9단이 흑 대형을 허물기 위해 단 하나 약점이 있었던 곳에 과감히 침투했다.
홍민표 9단은 이에 대해 “알파고 집에 도둑이 든 것이다”고 비유했다. 이로써 중앙에 물고 물리는 전투가 다시 시작됐다. 이 9단이 78번째 수로 끼워가면서 다시 한번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박정상·홍민표·이현욱 등 해설위원들은 공통적으로 “수가 나긴 나겠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치긴 어려워 보이다. 이런 게 알파고가 무서운 부분이다. 알파고는 부분을 주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안정적으로 간다. 이 9단이 형세를 뒤집을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 9단은 이제 생각 시간을 다 소비하며 초읽기에 들어갔다. 알파고에겐 여전히 1시간 5분의 생각 시간이 남아있다.
[3신](61~70수) 이세돌에게 남은 생각 시간이 없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4국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 제공
이세돌 9단이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매섭게 바둑판을 바라보던 이 9단이 10분의 장고 끝에 70번째 수로 흑의 중앙 대형에 침투했다. 이대로 간다면 집 부족으로 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알파고는 그리 오래 계산하지 않고 단단히 틀어막았다. 향후에 이 9단에 남아있을 만약의 가능성들마저 제거했다. 이로써 알파고는 중앙부터 상변까지 두텁게 50여집 이상을 확보해냈다.
홍민표 9단은 “흑의 집을 그대로 인정해두고 바둑을 전개하면 이 9단이 많이 어려운 상태다. 그러려면 상변에서 수를 내면서 흑의 대형을 깨내야 하는데 수가 나지 않는다”며 “백이 조금 불리해보인다”고 했다. 이현욱 8단은 “패를 해서라도 수를 내야 한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에게 남은 생각 시간은 23분이다. 알파고와 1시간여 차이가 난다. 4번의 대국 중 가장 큰 생각 시간 차이다.
[2신](41~60수) 실리 지켜가던 이세돌의 승부수 …“이제부터 치열한 싸움”
(40~60수) 알파고가 두 번째로 의외의 수를 두면서 우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알파고가 51번째 수로 이 9단의 세 점 머리를 젖힌 것. 알파고의 기세에 밀린 듯 이 9단이 한 발 후퇴하자 알파고가 다시 2단 젖힘을 이어갔다. 그러자 이 9단의 장고가 시작됐다.
오래 숙고를 거듭하던 이 9단은 흑의 두점 머리를 끊어둔 뒤 젖히는 강수로 반발했다. 실리를 착실히 챙겨가던 이세돌 9단의 승부수다. 강수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 이 9단의 상변의 백돌과 우변의 백돌이 연결되지 못했다. 과감한 선택이다. 이에 대해 박정상 9단은 “앞으로의 싸움은 엄청나게 치열할 것이다. 이세돌 9단의 집중력이 요구된다”며 양 쪽 모두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현욱 8단은 60수까지 진행된 현재 형세에 대해 “이세돌 9단이 기세에서 밀린다는 느낌이 들고, 현재 싸움은 알파고가 나빠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홍민표 9단은 “이 9단이 가장 잘 둘 수 있는 무대가 형성됐다. 이런 형태에서는 이 9단이 세계 최고다. 그동안 쫓아가던 형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고 했다.
[1신](1~40수) 제2국과 똑같이 진행된 초반…이세돌, 알파고 바둑 흉내내지 않았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제4국이 13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6층에서 시작됐다.
알파고가 흑, 이 9단이 백을 잡았다. 초반 12번째 수까지는 2국과 똑같았다. 다만 흑과 백이 바뀌었다. 흥미진진한 순간이다. 제2국의 수순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알파고는 어떻게 반응할까. 제2국에서 학습한대로 그대로 따라갈까.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이 결정적인 순간에서 자신이 제2국에서 보였던 패착을 뒤집는 수를 두게 된다면 이 바둑에서 승리할 수 있지도 않을까.
이세돌 9단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네번째 대국을 위해 대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장면에서 이세돌 9단과 제2국이 끝나고 복기를 같이 해본 홍민표 9단은 “이 9단이 2국만 5시간 넘에 복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둘 수에서 당시 변화를 모색했었다”라고 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 9단은 13번째 수에서 입구자로 행마를 하면서 기존 2국의 방향을 따라가지 않았다.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려고 둔 수다. 흉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고 했다.
이세돌 알파고 4국 2신 기보. 바둑 전문 사이트 타이젬 기보 캡쳐.
이 9단은 이후 착실하게 실리를 쌓아나갔다. 지난 대국을 검토해 본 결과 초반에서 실리를 두텁게 가져가지 않으면 후반으로 갈수록 절대적으로 이 9단이 불리해진다고 파악했기 때문이다. 기세 좋게 싸움을 걸거나 이를 전략적으로 타개해나가던 기존 이세돌의 바둑스타일에서 다소 물러난 형태다. 그러자 알파고가 기존 기보에 등장하지 않았던 수로 공격에 나섰다. 23번째 좌하귀에 붙여온 수가 그렇다. 이 9단은 그럼에도 공격을 택하기보다 실리를 다시 한번 지켜갔다. 자신의 두 점 머리가 두들김을 당해도 그대로 받아줬다.
인간 대 인간의 대결이었다면 기세싸움에서 밀린다는 느낌 때문에 이 9단이 잘 두지 않는 수다. 이현욱 8단은 “이론상으로는 잘 두지 않는 수를 알파고가 둔다. 그럼에도 멀리보면 알파고에게 더 유리해질 때가 있었다”며 23번째 붙여온 수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40여수까지 진행된 초반 대국은 형세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팽팽한 상태다.
권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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