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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초반 해결능력에 놀라고, 파격수에 또 놀랐다”

등록 2016-03-09 20:58수정 2016-03-09 23:22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첫 대국에서 소목에 첫수를 두고 있다. 구글 제공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첫 대국에서 소목에 첫수를 두고 있다. 구글 제공
이세돌 인터뷰
돌을 던진 뒤 이세돌 9단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국장에 그대로 앉아 승부처들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같이 복기해줄 상대는 없었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의 지시에 따라 이날 이 9단의 앞에서 바둑을 둔 이는 대만계 영국인이며 구글 딥마인드의 직원인 아자 황 아마 6단. 하지만 그와 복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계를 상대로 인간을 대표해 홀로 대국장으로 들어갔다가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맛본 이세돌은 외로워 보였다. 40분 뒤 이 9단은 여전히 착잡한 표정으로 미디어 브리핑 장소로 들어왔다.

“하하” 애써 작게 웃어 보인 그는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그가 놀란 건 두 가지다. 알파고의 초반 해결 능력과 허를 찌르는 결정적 수다. 그는 “아무래도 초반은 알파고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는데 풀어가는 능력이 놀라웠다. 또 서로 어려운 바둑을 두는 게 아닌가 느끼고 있었는데 승부수인 듯한 (그러면서도) 도무지 둘 수가 없는 수가 나와서 또 놀랐다”고 했다. 실체도 없고 실력도 베일에 싸인 상대가 보여준 한 수 한 수에 놀라면서 대국에 임했다는 뜻이다. 그가 대국장에서 느낀 당혹감을 그대로 전해주는 대목이다.

대국뒤 40분간 자리 못떠나
“진다고 생각 안했는데…
충격이지만 즐겁게 겨뤘다”

“알파고 예상밖의 수에 당황
이제부터 승률은 5대5”

이세돌은 알파고가 흑백을 합쳐 102번째 둔 수를 본 뒤에는 10분 넘게 장고를 거듭했다. 좌중앙에 흑이 넓은 땅을 차지하자, 형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알파고가 던진 승부수였기 때문이다. 이 수는 바둑 전문가들을 포함해 대국 당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파격적인 한 수였다. 이날 공식해설을 담당한 김성룡 9단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팽팽한 형세를 이어가다가도 승기를 느끼고 있었는데, 알파고가 102번 강수를 두자 (이 9단이) 놀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알파고의 이 승부수와 앞으로의 대국에 대해, 이 9단은 “(초반) 포석에서 실패하고 두 번째로 놀란 수가 나왔는데, 그런 점만 보완하면 저에게 승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승리 가능성은) 5 대 5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 9단 자신도 이날 패배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했지만 세기의 대결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져서 충격이기는 하지만 굉장히 즐겁게 뒀다. 앞으로의 바둑도 기대된다. 알파고의 도전을 받아들인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은 졌지만 내일은 자신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자신에게 알파고가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정말 놀라움을 선사한 알파고지만, 지금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와 데이비드 실버 개발자가 “이세돌 9단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말하자, 이세돌은 “이렇게 놀라운 프로그램을 만든 두 분께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권승록 기자 ro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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