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금지된 멜도니움 검출…2006년부터 복용
“이런 방식으로 나의 경력이 끝나길 원치 않는다. 테니스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정말로 희망한다.”
전날 ‘중대 발표’(Major announcement)을 한다고 해놓고 침울한 표정으로 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 나타난 마리야 샤라포바(29·러시아)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금지약물인 ‘멜도니엄’ 복용 사실을 시인해 전세계에 충격파를 안긴 뒤다. “나는 나의 팬들을 실망시켰고, 내가 4살 때부터 시작했던, 그리고 그렇게 깊게 사랑했던 스포츠를 추락시켰다.”
샤라포바는 지난 1월26일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와의 2016 호주오픈 여자단식 8강전에서 패한 뒤 약물검사를 했는데 멜도니엄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며칠 전 국제테니스연맹(ITF)으로부터 약물 테스트에 실패했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멜도니엄은 올해 1월1일부터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의해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마일드로네이트로도 알려져 있으며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심장병 환자들에게 인기있는 약물이다. 라트비아에서 제조되고 있으며, 산소량과 지구력을 높여 많은 운동선수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복용해왔다. 그러나 세계반도핑기구는 지난해 12월 선수들에게 이것이 금지약물이라고 고지했다. 러시아 등 동유럽권에서는 쓰이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는 승인받지 못한 약물이다.
샤라포바는 2006년부터 10년 동안 부정맥과 가족력이 있는 당뇨병 때문에 이 약을 복용해왔는데, 올해 금지약물 리스트에 추가된 걸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면서도 “(반도핑기구에서 보낸) 이메일을 열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로 그랜드슬램대회 여자단식 5회 우승에 빛나는 샤라포바는 앞으로 선수생활과 2016 리우올림픽 출전에 중대 위기를 맞게 됐다. 외신들은 그가 몇년 동안의 출장금지 조치를 받거나, 고의가 없는 실수였다면 출장정지 없는 가벼운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반기구의 크레이그 리디 회장은 <에이피>(AP)와의 인터뷰에서 “멜도니엄을 복용한 선수는 보통 1년 동안의 출장정지 처분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런 제재가 결정되면 샤라포바는 리우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테니스연맹의 샤밀 타르프스셰프 회장은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넌센스다. 멜도니엄은 의사들의 처방을 받아 선수들이 복용한다. 나는 샤라포바가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고 말했다. 멜도니엄이 금지약물로 지정된 이후 우크라이나 바이애슬론 선수 2명과 러시아 사이클 선수 1명이 이미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현재 세계랭킹 7위인 샤라포바는 17살이던 2004년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에 오르며 ‘테니스 요정’으로 전세계 테니스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 세계 1위에 올랐고, 이후 4차례(2006 유에스오픈, 2008 호주오픈, 2012·2014 프랑스오픈) 더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35회 여자단식 우승, 총상금 36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포브스>는 그가 2015년에만 295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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