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가 14일(한국시각) 2016 종목별 세계선수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 참가해 관중석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콜롬나(러시아)/타스 연합뉴스
세계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
이상화, 빙속500m 압도적 1위
‘트랙 레코드’ 0.09초나 앞당겨
부상 털고 올림픽 3연패 희망가
라이벌 장홍 0.829초 뒤져 3위
이상화, 빙속500m 압도적 1위
‘트랙 레코드’ 0.09초나 앞당겨
부상 털고 올림픽 3연패 희망가
라이벌 장홍 0.829초 뒤져 3위
“2년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실 많이 떨리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드디어 이겨냈습니다. 감사합니다.”
13일 저녁(현지시각)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빙속 여제’임을 재입증한 이상화(27·스포츠토토)는 인스타그램에 시상식 사진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비쳤다.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태극기가 올라가는 순간, 시상대에 선 그는 왼 가슴에 손을 올린 채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기도 했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에서 2연패 쾌거를 달성한 이후 자신을 괴롭혀온 부상과 온갖 스트레스를 한방에 털어내는 듯한 표정이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는 더욱 울컥했다. “지난해에는 올림픽이 끝나고 운동을 많이 하지 못해 메달을 따지 못할 것을 예상했습니다. 다시 정상에 올라 기분이 좋습니다. 빼앗긴 메달을 되찾기 위해 열심히 했습니다.” 그는 “하나의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 소치올림픽 때의 느낌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번 시즌 1차 월드컵에서부터 돌아온 것 같다”고 했다.
이상화가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5위의 부진을 딛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면서 2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올림픽 3연패 전망을 밝게 했다. 1차 레이스 37초42로 1위, 2차 시기도 37초43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24명의 출전 선수 중 단연 빛났다.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859. 75초653으로 은메달을 따낸 미국의 브리트니 보(28)보다 0.804초나 앞섰다. 2015~2016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의 장훙(28)을 0.829초 차이로 따돌렸기에 더욱 값진 금메달이었다. 장훙은 75초688(37초78+37초90)로 동메달에 그쳤다.
이상화의 우승 기록은 전성기 때 자신이 작성한 세계기록(36초36)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2009년 월드컵 6차 대회에서 당시 빙속 여제로 맹위를 떨치전 예니 볼프(독일)가 작성한 트랙 레코드(37초51)를 0.09초나 앞당긴 빛나는 질주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 2012년과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이 종목 금메달을 차지했던 이상화는 앞서 이 종목 3회 우승을 차지한 카트리오나 르메이 돈(캐나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종목 역다 최다우승 기록은 볼프(2007, 2008, 2009, 2011년)가 보유하고 있다.
이상화는 이날 1차 레이스에서는 마지막 12조에서 장훙과 함께 경주를 펼쳤다. 인코스를 배정받은 이상화는 100m를 10초29로 주파했다. 24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장훙(10초80)보다도 0.51초나 빨랐다. 후반 힘을 내는 장훙은 이상화를 맹추격했지만 끝내 따라잡지는 못했다. 2차 레이스에서도 이상화가 단연 앞섰다. 다시 마지막 12조에서 장훙과 자리를 바꿔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는데, 빠른 스타트로 100m를 10초29로 통과하며 기세를 올렸다. 1차 시기에서 2위에 올랐던 장훙은 2차 레이스에서는 37초90 공동 3위로 처지고 말았다. 100m도 10초78로 돌파해 이상화에 크게 뒤졌다. 장훙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상화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시즌 개인 최고기록도 36초56으로 가장 좋았으나 이번에는 이상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상화는 27~28일 서울 태릉국제빙상경기장에서 열리는 2106 세계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에는 출전하지 않고, 3월11~13일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에 대비할 예정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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