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원윤종(왼쪽 두번째)-서영우(오른쪽 두번째)가 최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맬컴 로이드 코치의 부인(가운데)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제공
원윤종-서영우 봅슬레이 월드컵 5차 ‘금메달’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 불모지 한국에 국가대표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붙었다. 성결대 체육교육과 4학년이던 원윤종은 우연히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태극마크 꿈을 이룬다. 같은 과 후배이던 서영우도 비슷한 과정을 밟는다. 겨울종목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아프리카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선수들의 1988년 캘러리겨울올림픽 출전 실화를 코믹하게 다룬 1993년 영화 <쿨러닝>의 장면처럼, 그들에게는 모든 훈련 환경이 열악했다. 봅슬레이 장비가 없어 독일, 오스트리아 등 외국 선수들이 타던 중고장비를 구입해 연습을 해야 했다.
‘선수구인’ 공고 보고 20대에 시작
트랙도 없고 새썰매도 못사 ‘설움’
‘소치 18위’ 세계벽 실감 절치부심
금메달 따며 아시아 최초 세계1위
둘은 2011~2012 시즌 국제봅슬레이연맹(FIBT) 노스아메리카컵 3차 대회 남자 4인승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처음으로 국제무대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5차 대회 남자 2인승과 7차 대회 남자 4인승 금메달을 수확했고, 2인승에선 종합우승까지 차지했다.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에서는 남자 2인승 18위로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후 2014~2015 시즌 들어 이들의 힘찬 도약이 시작됐다. 2015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2인승 5위에 이름을 올리며 메달권에 접근했다. 2015~2016 시즌엔 더욱 높이 비상했다.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2인승에서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 쾌거를 이룬 것이다. 2, 4차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3일(한국시각)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는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51초63+51초78)의 기록으로 사상 첫 금메달의 쾌거를 이뤄냈다. 스위스의 리코 페터-토마스 암라인과 같은 기록(51초70+51초71)으로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선수가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윤종-서영우는 이번 금메달 획득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한국 봅슬레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고, 2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겨울올림픽 금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이용 한국봅슬레이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영국인인) 맬컴 로이드 코치가 얼마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 어수선했고 서영우의 허리 부상으로 스타트가 다소 부진했지만, 최고 수준에 도달한 원윤종의 드라이빙 능력으로 좋은 결과를 이루어냈다”고 감격해했다. 봅슬레이 남자부 경기는 2인승과 4인승으로 나뉘어 열리는데, 2인승에서 원윤종은 앞에 앉아 조종대에 연결된 끈을 당겨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노릇을 한다. 서영우는 ‘브레이크맨’을 맡고 있는데, 빠른 스타트로 기록을 단축시키는 역할을 한다. 둘은 감독의 지적대로 이날 출발은 1차 시기 4초81(5위), 2차 시기 4초80(3위)으로 다소 늦은 편이었다. 1차 시기는 2위, 2차 시기는 피니시 지점에서 썰매가 미끄러지면서 5위로 처졌으나 다른 참가자들 1, 2차 시기 성적이 더 들쭉날쭉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 따르면 세계 여러 코치들도 선수 시작 5년 만에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원윤종-서영우가 처음인 것 같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은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는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54(51초63+51초91)로 9위로 밀렸다. 연맹은 둘이 앞으로는 현대자동차가 특별 제작한 전용 봅슬레이를 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성빈(23·한국체대)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 스켈레톤 남자부 경기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5초24로 다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세계랭킹도 지난주 3위에서 2위로 올랐다.
봅슬레이는 시속 150㎞로 트랙 질주하는‘썰매종목의 F1’ 봅슬레이는 루지, 스켈레톤과 함께 대표적인 겨울올림픽 썰매 종목이다. 루지와 스켈레톤은 보통의 썰매와 생김새가 비슷한 장비로 경기를 한다. 루지는 발이 아래로 향하도록 누워 타는 반면, 스켈레톤은 머리가 앞쪽으로 가도록 엎드려 타는 종목이다. 봅슬레이는 작은 자동차 모양의 썰매에 2명 또는 4명이 타서 조종하며 치르는 경기다. 봅슬레이는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겨울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원년 겨울올림픽 종목인 셈이다. 남자의 경우 봅슬레이는 2인승과 4인승 경기가 있는데, 고불고불하게 휜 트랙에 얼음을 씌운 전용 트랙에서 경기를 치른다. 트랙의 길이는 1.0~1.5㎞다. 경사도가 8~15%이기 때문에 내려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조종을 잘해야 하는 종목이다. 썰매의 속도는 시속 150㎞를 넘나든다. 그렇기 때문에 커브를 돌 때 압력은 중력의 4배에 이른다고 한다. 1㎞를 넘는 트랙을 달리기 때문에 완주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선수들의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속도가 나기 때문에,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 선수와 썰매를 합친 무게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트랙도 없고 새썰매도 못사 ‘설움’
‘소치 18위’ 세계벽 실감 절치부심
금메달 따며 아시아 최초 세계1위
봅슬레이
봅슬레이는 시속 150㎞로 트랙 질주하는‘썰매종목의 F1’ 봅슬레이는 루지, 스켈레톤과 함께 대표적인 겨울올림픽 썰매 종목이다. 루지와 스켈레톤은 보통의 썰매와 생김새가 비슷한 장비로 경기를 한다. 루지는 발이 아래로 향하도록 누워 타는 반면, 스켈레톤은 머리가 앞쪽으로 가도록 엎드려 타는 종목이다. 봅슬레이는 작은 자동차 모양의 썰매에 2명 또는 4명이 타서 조종하며 치르는 경기다. 봅슬레이는 1924년 제1회 프랑스 샤모니겨울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원년 겨울올림픽 종목인 셈이다. 남자의 경우 봅슬레이는 2인승과 4인승 경기가 있는데, 고불고불하게 휜 트랙에 얼음을 씌운 전용 트랙에서 경기를 치른다. 트랙의 길이는 1.0~1.5㎞다. 경사도가 8~15%이기 때문에 내려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조종을 잘해야 하는 종목이다. 썰매의 속도는 시속 150㎞를 넘나든다. 그렇기 때문에 커브를 돌 때 압력은 중력의 4배에 이른다고 한다. 1㎞를 넘는 트랙을 달리기 때문에 완주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선수들의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속도가 나기 때문에, 경기의 공정성을 위해 선수와 썰매를 합친 무게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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