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스포츠 연말결산
“은메달 따서 죄송합니다.”
2015 경북문경세계군인체육대회 펜싱 남자 플뢰레 결승전에서 패한 뒤 정재규(26)가 했던 말이다. 하지만 ‘은메달’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라며 짙은 아쉬움을 토해낸 정재규를 동료들은 헹가래 치며 축하해줬다. 그 순간, 동료들은 정재규가 충분히 축하받을 만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1등주의는 여전하다. 2015년 연말결산 때도 ‘1등’, ‘우승’이라는 말이 넘쳐났다. 그러나 1등(팀)이 최고의 기쁨을 누릴 때 조용히 분루를 삼키며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는 이들도 있다. 비록 최후의 승자는 되지 못했으나 그들도 2015년 스포츠를 빛낸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한국시리즈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졌으나 시상식 내내 잠실야구장 3루 더그아웃 앞에 도열해 아낌없이 박수를 쳐줬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두산이 우리보다 잘했기 때문에 패자로서 승자에게 보내는 축하의 의미였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두산 선수들에게 축하를 전하는 동시에 그들을 보면서 아쉬움, 그리고 ‘내년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기를 바랐다”고 했다. 프로 사령탑 데뷔 뒤 처음으로 정상 등극에 실패한 류 감독 또한 감독 데뷔 첫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김태형 두산 감독을 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의 품격
KS 패했지만
시상식 내내
승자 두산에 박수 원주 동부는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4전 전패로 무릎 꿇었으나 기막힌 반전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동부는 전 시즌(2013~2014) 13승(41패)밖에 못 거두면서 꼴찌를 기록했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직후 “2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면서 젖어 있던 패배의식에서 선수들이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내가 부족해서 챔프전에서 졌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전통의 강자 삼성화재는 2014~2015 시즌에서 시몬을 앞세운 창단 2년차 오케이(OK)저축은행에 덜미가 잡혔다. 7시즌 동안 이어져온 ‘삼성천하’도 청출어람 오케이저축은행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애제자인 김세진 오케이저축은행 감독에게 1등 자리를 내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후 현장에서 물러났다. 선수 18년, 코치 12년, 감독 20년 세월을 배구장에서 보냈던 그는 현재 배구단 단장으로 있다. 비록 준우승으로 지도자 경력의 마침표를 찍었으나 누구도 그를 ‘2등 감독’이라고 하지 않는다.
동부의 반전
꼴찌 1년만에
패배의식 털고
챔프전까지 올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월 열린 아시안컵 축구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에 1-2로 지면서 55년 만의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신예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8월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우승컵을 차지했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FC서울에 1-3으로 졌다. 하지만 준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시민구단인 인천은 재정난으로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냈고 이번 시즌 전에는 감독 교체 과정에서 잡음까지 일었다. 임금체불 문제까지 겹쳤으나 김도훈 감독의 지도 아래 의기투합하면서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다.
시민구단 인천
재정난 심해
선수층 얇지만
FA컵 준우승 여자 골퍼 김해림(26)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메이저 대회인 케이비(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18번 홀 파 퍼팅이 홀컵 1㎝ 옆에 멈춰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전인지에게 내줬다. 데뷔 8년 만의 우승을 놓쳤으나 웃으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올해 준우승만 두차례. 3위 또한 두번이나 했다. 그나마 2012년부터 상금 순위가 28위→25위→17위→9위로 해마다 상승한 게 위안거리다. 2부 투어 때부터 상금의 10%를 기부해왔던 그는 올해도 6000만원을 기부한 ‘기부 천사’다. 프로야구에서는 시속 130㎞대의 속구로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유희관(두산)이 다승 2위(18승)에 올랐다.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힘겨운 모습을 보였으나 그는 강속구가 지배하는 프로 세계에서 느리디느린 공으로도 칼날 제구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데뷔 8년 김해림
첫우승 놓쳤지만
상위권 수차례
상금순위 9위로 단원고 탁구부
2연패 못했지만
노란리본 투혼에
박수 쏟아져
안산 단원고 탁구부는 지난 4월 전국탁구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단체 결승전에서 대구 상서고와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대회에 참가한 전국 고교 탁구부 선수와 감독, 코치, 학부모들은 유니폼에 노란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한 단원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단원고는 작년 대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딛고 우승을 차지했다. 해체를 앞둔 에쓰오일 탁구단은 최근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2010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준우승을 거뒀다. 유남규 감독은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다. 팀이 해체되는 마당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 선수들이 고맙다”고 전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KS 패했지만
시상식 내내
승자 두산에 박수 원주 동부는 2014~2015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4전 전패로 무릎 꿇었으나 기막힌 반전의 시즌을 만들어냈다. 동부는 전 시즌(2013~2014) 13승(41패)밖에 못 거두면서 꼴찌를 기록했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직후 “2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면서 젖어 있던 패배의식에서 선수들이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고생 많았다고, 내가 부족해서 챔프전에서 졌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전통의 강자 삼성화재는 2014~2015 시즌에서 시몬을 앞세운 창단 2년차 오케이(OK)저축은행에 덜미가 잡혔다. 7시즌 동안 이어져온 ‘삼성천하’도 청출어람 오케이저축은행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애제자인 김세진 오케이저축은행 감독에게 1등 자리를 내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이후 현장에서 물러났다. 선수 18년, 코치 12년, 감독 20년 세월을 배구장에서 보냈던 그는 현재 배구단 단장으로 있다. 비록 준우승으로 지도자 경력의 마침표를 찍었으나 누구도 그를 ‘2등 감독’이라고 하지 않는다.
꼴찌 1년만에
패배의식 털고
챔프전까지 올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월 열린 아시안컵 축구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에 1-2로 지면서 55년 만의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하게 신예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8월 열린 동아시안컵에서는 우승컵을 차지했다.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는 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FC서울에 1-3으로 졌다. 하지만 준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시민구단인 인천은 재정난으로 매 시즌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냈고 이번 시즌 전에는 감독 교체 과정에서 잡음까지 일었다. 임금체불 문제까지 겹쳤으나 김도훈 감독의 지도 아래 의기투합하면서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다.
재정난 심해
선수층 얇지만
FA컵 준우승 여자 골퍼 김해림(26)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메이저 대회인 케이비(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18번 홀 파 퍼팅이 홀컵 1㎝ 옆에 멈춰서 다 잡았던 우승컵을 전인지에게 내줬다. 데뷔 8년 만의 우승을 놓쳤으나 웃으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올해 준우승만 두차례. 3위 또한 두번이나 했다. 그나마 2012년부터 상금 순위가 28위→25위→17위→9위로 해마다 상승한 게 위안거리다. 2부 투어 때부터 상금의 10%를 기부해왔던 그는 올해도 6000만원을 기부한 ‘기부 천사’다. 프로야구에서는 시속 130㎞대의 속구로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유희관(두산)이 다승 2위(18승)에 올랐다.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지면서 힘겨운 모습을 보였으나 그는 강속구가 지배하는 프로 세계에서 느리디느린 공으로도 칼날 제구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첫우승 놓쳤지만
상위권 수차례
상금순위 9위로 단원고 탁구부
2연패 못했지만
노란리본 투혼에
박수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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