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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실력요? 정현 형과 붙어볼만 하죠”

등록 2015-11-30 21:57

[통통 스타]
남자테니스 유망주 정윤성
정윤성이 지난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13번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정윤성이 지난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13번 코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지난 6월 프랑스오픈 때 일이 생각났다. 주니어부 남자단식 16강전. 경기가 풀리지 않자 만 17살 소년은 라켓을 코트에 던진 뒤 지그시 밟아버렸다. 경기를 관전하던 테니스 관계자들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가끔 분을 달래려고 저렇게 하는 겁니다.” 한 코치가 말했다. 세계순위 1위 서리나 윌리엄스가 경기 때 분에 못 이겨 라켓을 부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지난 20일, 그가 연습장으로 쓰는 서울 올림픽공원 13번 코트에서 다시 만났다. 2년 전 강원도 양구에서 처음 봤을 땐, 중3 ‘꼬맹이’ 같았는데, 어느새 키가 180㎝로 훌쩍 커 버렸다. 키만큼이나 실력도 성장해 그랜드슬램대회인 2015 유에스(US)오픈테니스대회 주니어부 남자단식 4강 진출 성과를 이뤄냈다. 비슷한 또래의 국내 유망주들 가운데 최고 성적이었다. 남자테니스 유망주 정윤성(안양 양명고2) 얘기다.

■ ‘현이 형 잘하니 힘나요’ 자연스럽게 올해 세계순위 50위권까지 치솟으며 남자테니스의 새 희망으로 떠오른 정현(19) 이야기가 나왔다. 둘은 13번 코트에서 자주 함께 연습을 한다고 해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제주니어대회 같이 뛰고 하던 형인데…. 갑자기 확 떠서 부럽기도 하고, 형처럼 되고 싶어요. 형이 한국 테니스를 이끌고 있으니, 그 뒤를 저희가 따라가면 한국 테니스가 올라가겠죠.”

둘은 지난해 장호배 남자단식 결승에서 만났고, 정윤성이 0-2(4:6/3:6)로 졌다. “그때는 잘 치는 형이랑 하니 이기고 싶은 마음에 플레이가 급해졌어요. 경기운영 면에서 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윤성은 “지금 붙으면 해볼 만하다. 기술은 달리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내년부터 프로 시합에 본격 뛰면서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 300위 안에 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윤성은 지난 25일 매니지먼트사 스포티즌의 지원으로 미국 명문 테니스아카데미인 ‘클럽메드’로 특별레슨을 받으러 떠났다. 3주 동안 머물며, 일본의 니시코리 게이(27)를 가르쳤던 코치한테 노하우와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 스포츠 가족의 디엔에이 테니스인들은 두어 가지 약점만 보완하면 정윤성이 장차 그랜드슬램대회를 누빌 재목감이라고 평한다. 무엇보다 부모로부터 확실하게 ‘운동 디엔에이(DNA)’를 물려받은 때문인지 몸과 체력이 좋다. “생후 3~4개월 때부터 문턱을 넘을 때 보행기를 밀지 않고 번쩍 들어 올려 깜짝 놀랐어요. 9개월이 되니 걷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때는 야구 시켜봐라, 축구 시켜봐라 부르는 선생님들이 많았어요.”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 강주(47)씨의 말이다. 아버지 정택광(49)씨는 투창 선수 출신으로 현재는 세미프로골퍼로 활동 중이다. 형(정민환)은 건국대(1년) 테니스 선수이고, 역시 건국대 테니스 선수 출신인 이종사촌 형(탁정모)이 그의 코치를 맡고 있다.

정윤성은 “포핸드스트로크와 서브만은 자신있다”고 했다. 서브는 요즘 최고 시속 210㎞까지 찍는다. 평균적으로 200㎞이고, 올해 윔블던 때는 214㎞까지 나왔다. 탁정모 코치도 “기본적으로 어깨와 다리, 피지컬이 좋다. 순발력은 평범한데, 오래 뛸 수 있는 체력이 좋다”고 했다. 신발 치수도 285㎜나 되는 등 왕발이다.

자주 흔들리는 멘털과 약한 수비는 단점으로 지적된다. “어릴 때는 정말 배운 대로 공을 잘 쳤는데, 요즘 이기고 있을 때면 부담스러워해요. 지고 있을 때는 모 아니며 도로 쳐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리는데….” 어머니의 걱정이다.

■ 페더러를 꿈꾸며… 장차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세계순위 1위에 오르고, 그랜드슬램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는 말이 지체 없이 돌아왔다. 4년 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를 위해 내년에는 퓨처스대회나 챌린저대회에 나가 남자프로테니스 랭킹 포인트를 많이 쌓을 작정이다. “로저 페더러처럼 팬들도 많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기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나 경기 스타일은 노박 조코비치를 닮고 싶어요. 잘 뛰고, 체력 좋고, 에러 없고, 랠리 싸움에서 안 지는…. 저는 포핸드와 서브는 되니까 조코비치의 이런 면을 보강하고 싶습니다.” 테니스 유망주의 꿈은 언제쯤 만개할까?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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