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3일(현지시각) 2015 유에스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세계 5위 스탄 바브링카를 상대로 양손 백핸드스트로크를 폭발시키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제공
US오픈 2회전, 바브링카에 0-3으로 져
“첫 세트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서 좋았다. 2세트는 리드하다가 뒤집힌 게 아쉬웠다. 3세트는 세트포인트가 있었는데, 톱 선수에게 쉽지 않았다. 마지막 타이브레이크가 아쉽다.”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2015 시즌 마지막 그랜드스램대회인 유에스(US)오픈(총상금 4230만달러) 나흘째 남자단식 2회전. 그랜드슬램대회 두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세계랭킹 5위 스탄 바브링카(30·스위스)를 상대로 대등하게 잘 싸웠으나 아쉽게도 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에서 진 정현(19·세계랭킹 69위)은 못내 아쉬워했다. 0-3(6:7<2>/6:7<4>/6:7<6>) 스코어를 보면 얼마나 숨막히는 접전이었는지 잘 드러난다.
바브링카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고,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랐던 세계 정상급 스타다. 지금까지 정현이 맞선 상대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높았다. 정현은 경기 뒤 “경기 전 목표였던 ‘남은 에너지를 다 쏟는 것’, 그리고 힘든 시합할 때 늘 하는 목표인 ‘1세트에 1시간’ 등 이 두 개를 모두 이뤘다. 그 목표를 모두 지켜서 만족한다. 결과를 떠나서 코트장에서 쥐나도록 뛰면 잘한 거 아닐까 생각했다. 강호를 상대로 쉽게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며 만족감도 표시했다.
이틀 전 1회전에서 세계 95위 제임스 덕워스(23·오스트레일리아)를 3-0(6:3/6:1/6:2)로 가볍게 누르고 2008년 프랑스오픈의 이형택 이후 한국 선수로는 7년3개월 만에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본선 승리를 따낸 정현이었지만 2회전에서 세계적 강호를 넘기에는 경험과 서비스 파워 등 기술이 다소 모자랐다. 정현은 이번 대회 64강에 오르면서 랭킹포인트 45점과 상금 6만8600달러(8000만원)를 받게 됐다.
정현은 1세트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내주며 게임스코어 0-3으로 끌려가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진 자신의 서브게임을 듀스 끝에 지키면서 한 게임을 만회했고, 바브링카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것도 0-40으로 뒤지다가 듀스까지 만들어 따낸 것이다. 기세가 오른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3-3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바브링카의 서브게임에서 상대를 15-40까지 몰아세웠다. 하지만 끝내 바브링카의 서브게임을 가져오지 못했고, 게임스코어 4-4에서 다시 한번 브레이크 기회를 잡았으나 바브링카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켰다. 바브링카는 30-40에서 서브에이스 3개를 연달아 터뜨리며 정현의 브레이크 기회를 날려버렸다. 정현은 결국 타이브레이크에서 2-7로 첫 세트를 빼앗겼다.
2세트는 너무나 아쉬웠다. 정현은 바브링카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는 등 기세를 올리며 게임스코어 3-0, 4-1로까지 앞섰다. 하지만 강서브를 앞세운 바브링카의 반격이 시작됐고 게임스코어는 6-6이 됐다. 정현은 다시 타이브레이크에서 4-7로 졌다. 바브링카는 2세트까지 서브에이스 18개를 폭발시켰다.
3세트 들어서 정현은 다리 근육 마사지를 받는 등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시 타이브레이크에서 6-5로 앞서 세트포인트까지 갔다가 6-8로 져 3시간이 넘는 접전에서 아쉽게 물러섰다.
정현은 바브링카와 상대해본 것에 대해 “다 잘 하니깐 세계 5위를 하는구나. 역시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윤용일 전담코치는 “2세트를 잡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 세트라도 잡았으면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매우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정현이 이번에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라운드스트로크와 서브가 좋아졌다. 그래도 상대가 워낙 강하다보니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윤 코치는 ‘정현에게 몇점을 주고 싶나’는 질문에는 “100점이다. 결과는 아쉽지만 현이에게 정말 잘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성과가 있던 대회다. 큰 걸 얻었다”고 답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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