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관객 몰려들어 경기장마다 북새통
클레이코트 배수시설 뛰어나
비 내려도 우산 쓴 채 경기 기다려 붉은벽돌 부숴 만든 ‘앙투카코트’
공 반발력 줄어 체력이 승부 갈라
10년간 9번이나 우승한 나달
올해도 그가 이길까요, 아니면… 대회 조직위원회는 텔레비전 중계권료와 입장권, 각종 테니스용품 판매 등으로 한 해 약 2600억원을 벌어들인다고 하네요. 이 돈으로 남녀 단식 우승상금 각각 22억원을 비롯해 대회 총상금과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직위는 넘치는 돈을 어떻게 쓸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고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이 귀띔해주더군요. 그랜드슬램 대회 4개의 한 해 수입이 총 1조원을 넘는다고 하니, 골프대회는 견줄 바가 못 됩니다. 클레이코트의 배수가 잘돼 웬만한 비에는 아랑곳없이 오랫동안 경기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비가 내리는데도 스탠드를 뜨지 않고 우산을 쓴 채 담요까지 걸치며 경기를 즐기는 많은 관중들, 2시간 이상 비로 경기가 중단됐는데도 코트 입구에 밀집해 경기 재개를 기다리는 수많은 팬들이 있었습니다. 1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센터코트는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라고 명명돼 있는데 입구는 아름다운 꽃으로 단장돼 있고, 대회 관계자들이 우아한 자태와 친절한 서비스로 팬들을 안내해 대회의 품격을 높이고 있습니다. 센터코트 외에도 이에 버금가는 ‘쉬잔 랑글랑 코트’가 큼직하게 버티고 있고, 별도로 1번 코트 등 총 18개의 클레이코트가 갖춰져 있습니다. 프랑스 오픈의 진정한 매력은, 불에 구운 붉은 벽돌을 모래처럼 부숴 만든 ‘앙투카 코트’가 빚어내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노갑택 명지대 감독한테 앙투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이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호주 오픈과 유에스 오픈, 그리고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과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습니다. “앙투카 코트에서는 성급하게 공을 때려선 안 된다. 강타보다는 60~70%까지 힘을 뺀 중립적인 샷을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잘 치느냐가 중요하다. 체력적으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이길 수 없다.” 라파엘 나달(29·스페인)은 왜 2005년부터 10년 동안 남자 단식에서 9번 우승해 ‘프랑스 오픈의 사나이’라고 할까요? “나달은 공에 톱스핀을 줘서 상대로부터 공이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한다. 그만큼 코트 커버 시간을 벌고 지구전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세게 쳐도, 원바운드된 다음 공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앙투카 코트 특성상 나달은 다 받아낼 수 있다.” 노 감독의 분석입니다. 명지대 테니스연구센터가 실제 세 가지 코트에서 실험을 해봤는데, 클레이코트의 경우 강스트로크한 공이 상대 코트에 한 번 튕긴 다음에는 속도가 59% 정도로 뚝 떨어지는 반면 하드코트는 68%, 잔디 코트는 70% 정도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잔디 코트나 하드코트에서는 강서비스와 강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유리한 반면, 클레이코트에서는 공의 속도가 잘 나지 않기 때문에 나달처럼 지구전을 펼치는 선수가 좀더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올해 앙투카 코트의 영웅은 누가 될까요? 한 번도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일까요, 아니면 다시 나달일까요? 두 선수의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파리/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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