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17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르꼬끄 서울오픈챌린저 단식 결승에서 소에다 고(일본)를 상대로 리시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 관중들이 많이 찾아와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프랑스오픈에서 ‘메이저대회 1승’ 목표를 달성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르꼬끄 서울오픈챌린저(총상금 5만달러) 단식 결승 뒤 공식 인터뷰룸. 일본의 강호 소에다 고(31·세계랭킹 86위)와 1시간54분 동안의 접전 끝에 아쉽게 1-2(6:3/3:6/3:6)로 역전패를 당해 우승을 놓쳤지만,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19·세계 69위)은 환한 표정이었다. 그는 “올해 초 호주 론서스턴챌린저 준우승 때보다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한 뒤 “어제 (4강전에서) 많이 뛰어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그래서 몸이 못 버틴 것 같다”고 패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프랑스오픈 본선 출전을 목표로 18일 출국하는 정현은 “제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 올해는 그냥 부딪혀 보고 싶은 마음”이라며 “샷은 계속 연습하고 있다. 자신감과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오픈 본선 출전권이 없어 예선부터 와일드카드로 뛰어야 한다. ‘여자친구가 있느냐’는 돌발성 질문에 정현은 주저없이 “네, 있습니다”라며 나중에 공개하겠다고 당당히 말하기도 했다. 같은 운동선수라고 했다.
2500여명의 관중이 찾아온 가운데 정현은 1세트에서 자신의 첫 서비스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개의 서비스에이스 등을 묶어 6-3으로 따내 우승가도에 이상이 없는 듯했다. 게임 스코어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10차례 듀스 끝에 게임을 따낸 것이 1세트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정현은 2세트 들어서도 게임을 주고받으며 2-2까지 갔으나 상대의 날카로운 반격에 번번이 당하고 에러까지 남발하며 결국 3-6으로 졌다. 3세트에서도 2-1로 앞서다가 내리 3게임을 내주는 등 상대한테 압도당하며 3-6으로 무너졌다. 지난달 서배너챌린저와 지난주 부산오픈챌린저에서 잇따라 우승했던 정현은 챌린저대회 3개 대회 연속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챌린저대회 연승행진도 14에서 멈췄다.
8강전에서 한국의 유망주 이덕희(세계 355위·마포고)를 2-1로 꺾었던 소에다는 2012년 세계랭킹 47위에 올랐던 베테랑으로 2008년과 2014년 두번씩이나 부산오픈 챌린저 단식을 제패하기도 했다. 전날 4강전에서 세계 65위 강호 루옌쉰(대만)과 2시간25분 동안 혈전을 벌인 것이 정현한테는 이날 결승전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정현은 2010년 세계랭킹 33위까지 올랐고, 그해 윔블던 남자단식 8강까지 진출했던 루옌쉰을 2-1(6:4/6:7<4>/6:4)로 제압해 무서운 상승세임을 입증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는 못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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