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오늘 몸이 무거워 보여. 지쳤어. 어제 준결승을 너무 힘들게 이겨서 그런가 봐.”
1세트를 따낸 정현(19·세계랭킹 69위)이 2세트 중반부터 흔들리며 게임을 연이어 내주자, 테니스 관계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정현은 결국 실수를 연발하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챌린저대회 연승행진도 14에서 멈췄고, 3개 대회 연속 우승도 물건너갔다.
1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코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르꼬끄 서울오픈챌린저(총상금 5만달러) 단식 결승전.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이 한때 세계랭킹 47위까지 올랐던 일본의 강호 소에다 고(31·86위)를 맞아 1시간54분 동안의 접전 끝에 아쉽게 1-2(6:3/3:6/3:6)로 역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달 서배너 챌린저와 지난주 부산오픈챌린저에서 잇따라 우승했던 정현으로서는 챌린저대회 15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아쉬운 패배였다. 1세트에서 자신의 첫 서비스게임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정현은 2개의 서비스에이스 등을 묶어 6-3으로 따내 우승 전선에 청신호를 밝히는 듯했다.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10차례 듀스 끝에 게임을 따낸 것이 1세트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정현은 2세트 들어서도 게임을 주고받으며 2-2까지 갔으나 상대의 날카로운 양손백스트로크에 번번이 당하고 에러까지 남발하며 결국 3-6으로 졌다. 3세트에서도 2-1로 앞서다가 내리 3게임을 내주는 등 상대한테 압도당하며 결국 3-6으로 무너졌다.
8강전에서 한국의 유망주 이덕희(세계 355위·마포고)를 2-1로 꺾었던 소에다는 2012년 세계랭킹 47위에 올랐던 베테랑으로 2008년과 2014년 두번씩이나 부산오픈 챌린저 단식을 제패하기도 했다. 정현한테는 전날 4강전에서 세계 65위 강호 루옌쉰(대만)과 2시간25분 동안 혈전을 벌인 것이 결승전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정현은 2010년 세계랭킹 33위까지 올랐고, 그해 윔블던 남자단식 8강까지 진출했던 루옌쉰을 이날 2-1(6:4/6:7<4>/6:4)로 제압해 무서운 상승세임을 입증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는 못했다. 정현은 경기 뒤 “어제 많이 뛰어 몸 컨디션이 무거웠고, 그것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