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중국 탁구는 왜 난공불락인가, 한국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인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으레 드는 의문입니다. 지난 3일 중국 쑤저우에서 끝난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 현장에서 이런 궁금증이 증폭해 코치진과 선수들을 밀착 취재해 봤습니다. 2000년 이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은 2003년 파리대회 때 베르너 슐라거(오스트리아)에게 남자단식 우승을 내준 것을 빼고는 단 한번도 남녀 단·복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빼앗긴 적이 없을 정도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혼합복식에서 남자 간판스타 쉬신(25)이 한국의 양하은(21)과 금을 합작한 것을 포함해 중국은 다섯 종목 금메달을 모두 가져갔습니다. 남자단식에서는 마룽(27)이 같은 나라의 팡보(23·세계 14위)를 4-2로 누르고 우승해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그는 우승 뒤 얼마나 좋았는지 탁구대 위에까지 뛰어오르는 세리머니를 하더군요. 4강에 오른 선수가 중국 일색이고, 남자복식도 세계랭킹 2·3위인 쉬신-장지커(27)가 금메달을 차지했으니 만리장성의 위세는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특히 18살 판전둥(세계 4위)이 8강전에서 독일의 강자 티모 볼(7위)을 꺾은 것, 그리고 팡보가 2011·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2012 런던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로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장지커를 4강전에서 누른 것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룽, 쉬신, 장지커에다 팡보와 판전둥이 건재하는 한 남자 쪽에서는 어느 나라도 중국 벽을 넘기는 당분간 힘들어 보입니다.
남녀 모두 세계선수권 ‘절대강자’
2003년 이후 개인·단체전 휩쓸어
등록선수 3천만명 두터움이 바탕 한국은 기술 크게 뒤지지 않지만
말근육 같은 파워에 압도 당해
“체계적 훈련으로 체격·체력 키워야” 16강전에서 마룽과 맞붙은 주세혁은 “중국 선수들을 만나면 초반에 늘 박자와 공 스핀양을 맞추기 어렵다. 라켓 러버가 달라 공 회전량도 다르니 상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주세혁은 중국이 강한 이유로 기술보다는 파워를 꼽았습니다. “우리와 중국은 힘에서 차이가 난다. 힘이 기술을 만드는 것인데, 중국이 워낙 선수층이 두텁다 보니 힘 좋고 몸 좋은 애들이 많다. 우리가 금메달을 따려면 유승민(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같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 안재형 남자팀 코치도 “장지커 등 중국 선수들 몸 근육은 말 근육 같다. 너무 부럽다. 우리 선수들도 체격과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체력 우위론을 들고나왔습니다.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공 회전량은 우리 선수들의 2배는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랭킹 포인트를 따내기 위해 1년에 보통 8~10개의 국제오픈대회에 나가는데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격이나 체력을 키울 시간이 없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탁구가 국기인 중국은 엘리트 선수만 3000만명으로 남한 인구에 가깝습니다. 등록선수가 1600명인 한국은 상대도 안 됩니다. 한국은 실업선수가 고작 160명 안팎입니다. 선수 수로도 중국과 게임이 안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중국 남자탁구가 한국이 도저히 깨지 못할 철옹성은 아닌 듯합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에서 유승민이 13번 만나 한 번도 못 이기던 중국의 왕하오를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기술적인 면에서 다소 뒤지기는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그들 못지않은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탁구 지도자들 얘깁니다. 김형석 감독은 “준비만 잘하면 남자는 30% 중국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안재형 코치는 “우리가 중국을 이긴다기보다는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당분간 중국과의 갭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여자의 경우는 중국의 독주가 더 심합니다. 이번에도 8강에 6명, 4강에 4명이 오른 끝에 세계랭킹 1위 딩닝(25)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여자복식도 중국끼리 결승에서 맞붙어 류스원(24)-주위링(20) 짝이 우승했습니다. 랭킹 2위 류스원, 3위 리샤오샤(27)에다 6위 주위링, 수비 전문인 7위 우양(23) 등 강자들이 넘쳐납니다. “중국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들처럼 공을 칩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 선수들도 현재 그들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탁구협회 관계자 얘깁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이미 중국을 넘은 지 오래인데, 한국은 탁구에서 언제쯤 만리장성을 확실히 넘을 수 있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2003년 이후 개인·단체전 휩쓸어
등록선수 3천만명 두터움이 바탕 한국은 기술 크게 뒤지지 않지만
말근육 같은 파워에 압도 당해
“체계적 훈련으로 체격·체력 키워야” 16강전에서 마룽과 맞붙은 주세혁은 “중국 선수들을 만나면 초반에 늘 박자와 공 스핀양을 맞추기 어렵다. 라켓 러버가 달라 공 회전량도 다르니 상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주세혁은 중국이 강한 이유로 기술보다는 파워를 꼽았습니다. “우리와 중국은 힘에서 차이가 난다. 힘이 기술을 만드는 것인데, 중국이 워낙 선수층이 두텁다 보니 힘 좋고 몸 좋은 애들이 많다. 우리가 금메달을 따려면 유승민(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같은 몸을 만들어야 한다.” 안재형 남자팀 코치도 “장지커 등 중국 선수들 몸 근육은 말 근육 같다. 너무 부럽다. 우리 선수들도 체격과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체력 우위론을 들고나왔습니다. 김형석 포스코에너지 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공 회전량은 우리 선수들의 2배는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랭킹 포인트를 따내기 위해 1년에 보통 8~10개의 국제오픈대회에 나가는데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격이나 체력을 키울 시간이 없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탁구가 국기인 중국은 엘리트 선수만 3000만명으로 남한 인구에 가깝습니다. 등록선수가 1600명인 한국은 상대도 안 됩니다. 한국은 실업선수가 고작 160명 안팎입니다. 선수 수로도 중국과 게임이 안 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중국 남자탁구가 한국이 도저히 깨지 못할 철옹성은 아닌 듯합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에서 유승민이 13번 만나 한 번도 못 이기던 중국의 왕하오를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건 적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기술적인 면에서 다소 뒤지기는 하지만, 한국 선수들이 그들 못지않은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게 탁구 지도자들 얘깁니다. 김형석 감독은 “준비만 잘하면 남자는 30% 중국을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안재형 코치는 “우리가 중국을 이긴다기보다는 얼마나 괴롭힐 수 있느냐는 문제”라며 “당분간 중국과의 갭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여자의 경우는 중국의 독주가 더 심합니다. 이번에도 8강에 6명, 4강에 4명이 오른 끝에 세계랭킹 1위 딩닝(25)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여자복식도 중국끼리 결승에서 맞붙어 류스원(24)-주위링(20) 짝이 우승했습니다. 랭킹 2위 류스원, 3위 리샤오샤(27)에다 6위 주위링, 수비 전문인 7위 우양(23) 등 강자들이 넘쳐납니다. “중국 여자선수들은 남자선수들처럼 공을 칩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 선수들도 현재 그들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탁구협회 관계자 얘깁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이미 중국을 넘은 지 오래인데, 한국은 탁구에서 언제쯤 만리장성을 확실히 넘을 수 있을까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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