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형 남자탁구대표팀 코치가 30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복식에 출전한 정영식-김민석 짝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그래 잘했어. 그렇게 자신있게 치면 되는 거야….”
벤치에서 선수를 지도하는 안재형(50) 한국 남자탁구대표팀 코치의 눈매가 매섭다. 한국 선수가 랠리 끝에 점수를 따내면 으레 두 주먹을 불끈 쥔 뒤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점수를 내줘도 고개를 끄떡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2015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가 열리고 있는 중국 쑤저우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센터. 30일 기대했던 정영식-김민석 짝이 남자복식 8강전에서 중국 선수들에게 아쉽게 패하자, 안 코치는 둘의 등을 두드려준 뒤 아쉬운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1세트 10-6으로 앞섰을 때 잘 잡았으면 승산이 있었는데….” 2006년 대한항공 여자팀 감독을 그만둔 뒤 8년 남짓 프로골퍼를 꿈꾸던 아들(병훈·24)의 캐디백을 메다가 올해 3월8일 대표팀 코치로 다시 돌아왔지만 지도자로서 복귀 첫 무대가 힘든 모양이다. 이번 세계대회는 1년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올림픽의 메달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대회여서 부담도 크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오상은과 유승민은 탁구 재능이 뛰어났죠.” 그는 현 남자대표팀 선수들의 기량이 이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그래도 이번에 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이상수-서현덕이 이날 남자복식에서 동메달을 확보해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비록 짧은 훈련기간이었지만 섬세한 지도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밖에 있었지만 늘 선수들을 지켜봤어요. 오고 싶었는데 너무 좋죠. 탁구인들이 기대하는 것도 있고요.” 새삼 대표팀 복귀 소감을 밝힌 그는 ‘체력과 정신력’을 우선적으로 강조한다. “저기 쉬신이나 장지커 등 중국 남자 선수들 좀 보세요. 몸 근육이 말 근육 같지 않나요. 너무 부러워요. 기술은 물론이고 체격 조건이나 체력이 너무 좋습니다.” 그는 “남자의 경우 세계 최강 중국은 물론 일본·독일이 우리보다 한 수 위이고, 우리는 대만·포르투갈과 4위 자리를 다투는 상황”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기술력만 높여서는 안 되고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체격과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리우에서는 반드시 남자 단체전과 복식에서 메달을 따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한·중 탁구선수 커플 탄생으로 화제를 뿌렸던 안 코치는 중국인 부인 자오즈민(52)과 프로골퍼로 유러피언 투어에서 뛰고 있는 아들에 대해서도 근황을 털어놨다. “아내는 현재 베이징에서 통신 관련 부가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데 중국 전역을 커버하고 있어요. 무척 바빠요. 처음엔 컬러링으로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다 합니다. 아들은 올해 유러피언 투어에서 5등도 하고 8등도 했어요.” 그는 “우리 세 가족 가운데 이제 저만 잘하면 된다”며 살포시 웃는다.
쑤저우/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대한탁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