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마사회 제공
말 능력에 따라 ‘부담중량’ 부여
국내 8명, 전세계 500~600명뿐
“빠른 말이 항상 이기면 재미없죠”
국내 8명, 전세계 500~600명뿐
“빠른 말이 항상 이기면 재미없죠”
“빠른 말이 항상 이기면 재미가 없잖아요? 베팅의 속성상 끝까지 누가 이길 줄 몰라야 합니다. 말 능력치에 따라 부담중량(핸디캡)을 부여하는 일을 ‘핸디캐퍼’가 합니다.” 한국마사회(KRA) 소속의 핸디캐퍼 장병운(50) 팀장의 설명이다. 한국에는 서울, 부경, 제주 경마장을 다 합해 8명의 핸디캐퍼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500~600명밖에 없는 희귀한 직업이다. 장 팀장은 “핸디캐퍼는 말과 경주의 속성을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핸디캐퍼의 결정에 따라 말경주는 결과를 알 수 없는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핸디캐퍼는 연령별, 성별, 과거 경주 기록, 그리고 함께 뛰는 경주마들 간의 상대성에 따라 부담중량을 다르게 매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말한테 고무 재질의 푹신한 웨이트 패드를 매달게 된다. 같은 1등급 말인데도 부담중량이 51~60㎏으로 편차는 꽤 크다. 암컷과 수컷은 기본적으로 부담중량에서 2㎏ 차이가 난다. 성별, 연령 등에 상관없이 뛰다 보니 상대적으로 강한 말에 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기수 몸무게와 웨이트 패드를 합한 게 부담중량이 되는데 최대치는 60㎏, 최소치는 50㎏이다. 경주에 처음 투입된 말이나 우승 기록이 없는 말이 50㎏의 부담중량을 받게 된다. 장 팀장은 “제주 조랑말의 경우는 능력 차가 너무 커서 한 말이 70㎏까지 부담중량을 받은 적도 있다”며 “예전에는 많은 부담중량 때문에 무게감을 분산시키기 위해 납덩어리를 쪼개서 퀼트처럼 꿰매 말에 얹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부담중량 때문에 혈통 좋고 빠른 경주마를 보유한 마주나 경마 관계자들이 핸디캐퍼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장 팀장은 “마주의 불평과 불만은 핸디캐퍼가 감당해야 할 숙명”이라며 “핸디캐퍼에게도 불가근불가원 원칙이 있다. 마주나 경마 관계자들과 가깝고도 먼 사이를 유지하려면 대화의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핸디캐퍼는 따로 자격증이 있지 않다. 다만 풍부한 현장 경험이 필수적이다. 경마를 많이 보면서 경주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말의 고유 특성도 파악해야 한다. 공평하지 못한 경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1994년 마사회에 입사한 장병운 팀장도 4년의 현장 업무 뒤에 핸디캐퍼가 됐다. 국산 말로 당대 최고 맞수들을 제치고 6연승을 거뒀던 ‘대견’, 국산 말이 많이 없을 때 외국산 말을 제치고 그랑프리 최고 대회에서 우승했던 ‘새강자’, 그리고 17연승의 신기록을 세웠던 ‘미스터파크’ 등이 그동안 인상적으로 본 경주마란다. 장 팀장은 “경마의 가장 큰 매력은 절름발이 말이 우승을 하는 등 경주를 할 때마다 새로운 강자가 나오고 예측 불허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핸디캐퍼로서 말의 혈통이나 성별 등에 상관없이 우승을 향해 누구나 최선을 다하는 경주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사진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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