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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서 배우죠…그러나 진다는 생각은 안해요”

등록 2015-02-04 18:51수정 2015-02-04 22:10

한국 테니스 기대주 정현이 지난달 27일 훈련 장소인 한국체대 테니스코트에서 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한국 테니스 기대주 정현이 지난달 27일 훈련 장소인 한국체대 테니스코트에서 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남자테니스 ‘19살 기대주’ 정현
안경 낀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선명하다. 덧니 때문에 개구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잘하는 ‘테니스’ 얘기만 나오면 눈빛이 달라진다. 최근 발표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세계 순위는 151위. 역대 개인 최고 순위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호주오픈을 마치고 잠시 귀국했던 한국 테니스 최고 기대주 정현(19·삼일공고)을 지난 1월27일 서울 방이동 근처에서 만났다. 그를 후원하고 있는 삼성증권의 윤용일 코치도 함께였다.

호주오픈 예선에서 마지막 한 경기만 이겼다면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 이후 6년5개월 만에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터라 꽤 아쉬울 법도 한데 경기 끝나고 잠만 아주 잘 잤단다. 정현은 “중2까지는 시합에서 지면 분해서 많이 울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울음이 안 나온다. 많이 지다 보니 자연스레 적응이 됐다”며 “이긴 사람은 기억이 안 나고 진 사람은 기억하게 되니까 져야만 배우는 게 있다”고 했다. 윤용일 코치는 “128명 중 64명은 1라운드에서 지는 게 테니스다. 그 사실을 못 받아들이면 괴로워서 못 사는데 정현이는 나이가 어린데도 일찍 터득했다. 멘탈이 강하다”고 거들었다. 졌지만 소득은 있었다. 메이저대회 예선 3라운드 진출이라는 소중한 경험이다. 이전까지는 지난해 유에스(US)오픈 예선 2라운드 진출이 최고 기록이었다.

세계 151위…개인 최고 기록
“작년에 형 정홍 처음으로 이겨
백핸드 스트로크 자신 있어”
호주오픈 예선 3라운드 첫 진출

아버지가 테니스 지도자(정석진 삼일공고 감독)이고, 형(정홍)도 테니스 선수다. 어릴 적부터 테니스코트를 놀이터 삼았던 터라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수가 됐다. 형과의 대결에서는 단 한 번도 못 이기다가 작년에 두 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짝을 이뤄 1986년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금메달을 일궈냈던 임용규(24·당진시청)와는 작년에 처음 만났는데 졌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를 뛰기 때문에 ‘동지에서 적’으로 계속 맞붙게 된다. 정현은 “진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했다.

가장 자신 있는 것은 백핸드 스트로크다. “포핸드 잘 치는 선수와 서브를 잘 넣는 선수가 부럽다”고 한다. 윤 코치는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2013년) 때 정현의 평균 서브 속도는 시속 160㎞대였다. 하지만 호주오픈 때는 평균 시속 180㎞대에 최고 시속 196㎞까지 나왔다. 서브 평균 속도를 시속 190㎞까지 끌어올리면 투어에서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정현은 “서브는 계속 연습해야 할 것 같고 발리 플레이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구력·유연성 보강도 필요하다. 현재 키는 183㎝인데 1~2㎝만 더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징크스는 양치할 때 입을 꼭 6번 헹구는 것이다.

정현은 자신의 최강점에 대해 “노력형 선수”라고 꼽았다. 평소 윤 코치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진 경기에 대한 복기도 많이 한다. 늘 그래 왔듯이 올해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에 쫓겨 가면서 할까 봐서”다. 인터뷰 다음날 다시 출국한 정현은 홍콩 챌린저(4강 진출)에 이어 호주 챌린저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4일 열린 16강전에서 승리해 8강에 올랐다. 2월 중순 귀국 예정인데 타이와의 데이비스컵에 참가하기 위해 25일께 방콕으로 다시 출국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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