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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데뷔 앞둔 ‘초보감독’ 허재

등록 2005-09-27 18:51수정 2005-09-27 18:51

다음달 22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허재 전주 케이씨씨 감독이 최근 한 연습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전주 케이씨씨 제공
다음달 22일 감독으로 데뷔하는 허재 전주 케이씨씨 감독이 최근 한 연습경기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 전주 케이씨씨 제공
“허재표 진드기팀 만들어야죠”

한때 그는 대통령이었다. 물론 청와대의 대통령도, 밤의 대통령도 아니었다.

모두 자연스럽게 그를 ‘농구 대통령’이라고 불렀다. 한국 스포츠 스타 가운데 ‘대통령’으로 불린 이는 그가 유일하다.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학창시절을 보낸 이 땅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그에게 한때 푹 빠졌다. 농구라는 운동은 마치 그를 위해 생겨난 것 같았다. 거침없는 드리블과 과감하고 폭발적인 슛, 그리고 승리를 향한 불타는 투지.

‘농구대통령’ 도 긴장
안문기 단장 손짓하자
“네 감독님, 참! 내가 감독이지”

그래서 ‘농구천재’는 나이가 먹어 ‘농구 대통령’으로 신분상승을 했다. 그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는 ‘국민’을 위해 기꺼이 온 몸을 던졌다. 때론 통증을 참고 경기를 뛰기 위해 등뼈에 진통제를 맞기도 했다. 경기 중 부러진 손가락에 깁스를 하고, 찢어진 눈위를 꿰매고 코트에 나서는 투혼은 모두를 감격하게 만들었다.

그 대통령은 경기장에 ‘오빠부대’를 창설했고, 오랜 시간 중흥시켰다. 그래서 그 대통령은 한국 농구를 10년 이상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월의 흐름은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통령 자리에서 ‘하야’했고, 미국에 유학도 갔다왔다. 머리에 흰서리도 내렸다. 눈가의 주름, 그리고 고민하는 눈길.

이제 그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도 그가 코트 판을 ‘장기집권’했던 행적을 찬양하는 팬 카페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코트를 직접 뛰어다니지 않는, 넥타이를 매고, 멋진 양복을 입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응시하는, 그런 감독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정말 ‘오빠’로 부르기엔 어색하기만 한 허재(40) 전주 케이씨씨(KCC) 감독. 소속 팀의 조성원(34) 이상민(33) 추승균(31) 같은 선수들 사이에 허 감독은 ‘형’이 어울렸다. 26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선수단 숙소에서 만난 허 감독은 차분했다.

“허 감독 만의 팀 색깔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주 끈질긴 팀을 만들고 싶어요. 찐뜩찐뜩하고, 잘 안 떨어져 만나면 기분이 나쁜, 그런 팀을 말이죠.” 선수시절 자신이 보여줬던 그런 근성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타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소감은?”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초보 감독으로서 긴장감을 떨칠 수 없어요.” 또 담배를 문다. 줄담배다.

“나이든 후배 선수들을 다루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훈련할 때는 엄하게, 그리고 형처럼 대합니다.” 지도력에 대해선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선수들에게 어떤 것을 강조합니까?”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분명 차이가 납니다. 그러나 개개인이 해야 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을 그 때 그 때 해주는 선수를 좋아 합니다.”

이번에 새로 영입한 미국의 세런 라이트는 거물이다. 2m03에 137㎏이니 육중한 느낌이다. “어느 팀이나 새로 스카우트한 선수에 대해선 극찬을 하죠. 뚜껑을 열어봐야 해요.”

이야기 도중 안문기 단장이 손짓을 한다. 갑자기 허 감독은 “네, 감독님”하고 달려가다가 웃는다. “참! 내가 감독이지. 왜요? 단장님.” 초보 감독의 걸음마는 다음달 21일 개막하는 2005~2006 리그에서 시작된다. 용인/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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