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한국’ 이제 옛말
이봉주마저 밀려나고 바통받을 주자도 없어
이봉주마저 밀려나고 바통받을 주자도 없어
‘전통의 마라톤 강국’ 한국은 이제 전설이 됐다. 당분간 마라톤에서 한국 이름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5·삼성전자)는 지난 25일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12분29초로 11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실낱같은 기대를 받고 있던 이봉주마저 세계 정상급에서 밀려난 것이다. 그나마 이봉주의 기록은 올해 한국 남자마라톤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이봉주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됐던 김이용(32·국민체육진흥공단)은 전주마라톤에서 2시간13분대를 기록했을 뿐, 지난 8월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경기 도중 기권했다.
한국마라톤의 침체는, 2000년 2월 이봉주가 도쿄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7분20초의 한국 최고기록을 세운 이후 6년째 한국기록에 먼지가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이번 이봉주 기록보다 빠른 2시간11분대 이내에 뛴 외국선수가 100여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세계 마라톤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 마라톤은 뒷걸음질치며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을 비롯해 마라톤 선진국 선수들은 5000m와 1만m 등 중장거리 경기를 통해 스피드를 몸에 익힌 뒤 20대 중반 이후 풀코스에 데뷔해 정상급 기록을 세우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타고난 신체조건을 지닌 황영조 이봉주 등 극소수 선수에만 메달렸을 뿐 1명의 기대주조차 육성하지 못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신필렬)은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마라톤 현실을 바라볼 뿐 어떤 개선책이나 청사진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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