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요트 대표팀 코치, 3000㎞ 여정 마무리
‘윈드서핑+자전거’ 63일 걸려…“20년전 꿈 실현”
‘윈드서핑+자전거’ 63일 걸려…“20년전 꿈 실현”
“사실은 어머니 납골함에 아내 모르게 유서를 써놓고 여정을 시작했어요. 이제 그 유서를 찾아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한강 하류엔 윈드서핑으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사람이 있었다. 배낭을 멘 채 세일(돛)을 흔드는 ‘펌핑’에 열중하고 있었던 그는, 두달 전 윈드서핑으로 해상 국토 대장정에 나섰던 조준호(42) 요트 대표팀 코치였다. 10월7일 인천 왕산 앞바다를 출발해 이날 종착지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하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지난 12일 여정의 출발지였던 인천 왕산에서 만난 조 코치는 눈에 띄게 핼쑥해진 얼굴이 까맣게 그을렸고, 피부는 나무 껍질처럼 거칠게 변해 있었다. 2개월 전 가을 햇살이 따뜻했던 왕산 해안은 강추위에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씨로 바뀌었다. “몸무게가 20㎏이나 빠졌습니다. 하루에 10시간 넘는 강행군 속에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죠.” 예상했던 거리는 1891㎞였지만 위성항법장치(GPS)에 기록된 실제 거리는 3000㎞가 훌쩍 넘었다. 25일로 예정했던 기간은 두 배가 넘는 63일로 늘었다.
그는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 뿌듯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조류가 가장 빠르다는 전남 진도의 울돌목을 지났다. 정말 갈 수 있을지 본인도 의구심을 품었던 제주도, 울릉도, 독도를 모두 다녀왔다.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에 도착하니 다들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경북 후포에서 울릉도·독도까지의 항해 거리가 200㎞에 달했는데 섬에 도달하니 눈물이 흘렀습니다.” 삼 면의 바다를 돈 조 코치는 울릉도에서 후포로 돌아온 뒤 인천까지의 육로는 자전거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윈드서핑으로 경인 아라뱃길과 한강을 거쳐 20년간 준비해온 꿈을 마침내 이뤄냈다.
아쉬움도 있었다. “하나로 뭉치는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국토 대장정을 시작했지만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레저 활동으로 ‘평가절하’되는 시선도 안타까웠다고 했다. “동력 없이 세일과 보드만으로 항해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저보다 유명한 사람이 이 일을 했다면 큰 주목을 받았겠죠.”
그는 기부금 계좌를 만들어 한국전쟁 참전 군인 가족과 2차 세계대전 종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유엔에 전액 기부한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킬 계획이다. 기금을 만들려 육로 여정 때 탔던 자전거도 경매에 내놓은 조 코치는 “나에게 바다는 꿈이자 도전 대상”이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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