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이 16일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에서 코트에 앉아 웃고 있다.
용인/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4대 스포츠 유일 여성 사령탑
코치 등 경험없이 바로 감독에
“해설위원 8년이 시야 넓혀줘”
외국인 의존 않고 수비 등 강조
“경기 지면 복기하느라 잠 못 자”
코치 등 경험없이 바로 감독에
“해설위원 8년이 시야 넓혀줘”
외국인 의존 않고 수비 등 강조
“경기 지면 복기하느라 잠 못 자”
현역 때는 ‘코트의 여우’로 불렸다. 그만큼 영리한 배구를 했다. “맨바닥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여성 첫 배구 전문해설위원에 입문해서 8년간 활약할 때는 뛰어난 분석력을 자랑했다. “열이면 여덟이 반대한” 프로배구 지도자로서는 어떨까. 그가 이끄는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8승4패, 승점 23(16일 현재)으로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에는 7승(23패)으로 꼴찌였다.
팀을 맡은 지 반년 만에 ‘꼴찌 반란’을 이끌고 있는 박미희(51) 흥국생명 감독을 16일 만났다. 박 감독은 조혜정 전 지에스칼텍스 감독(2010~2011 시즌) 이후 프로배구 2호 여자 감독이며 4대 프로스포츠 통틀어 현역 유일의 여성 사령탑이다. 아마추어 감독, 프로 코치 생활 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 감독이 지도자로서 뗀 첫걸음이 된다.
그가 감독이 아닌 해설위원이었다면 흥국생명의 돌풍을 어떻게 설명했을까. 박 감독은 “(김)수지, (이)재영이가 합류해서 전력에 보탬이 됐다. 선수들 마음가짐도 달라졌는데 작년의 아픔이 디딤돌로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도 이제 더 나빠질 게 없어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보다 외국인 선수도 잘 뽑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50대에 처음 시작한 지도자 생활에 대해 박 감독은 “선수 은퇴 뒤 30~40대에 지도자가 됐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나마 해설위원을 하면서 여러해 동안 바깥에서 지켜본 경험이 시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엄마 리더십’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사실 박 감독은 “굳이 남녀로 나눠서 ‘엄마 리더십’이라는 말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소통의 리더십’을 얘기했다. “우리 팀 평균 나이가 내 딸과 같은 22살이라서 18명 선수 전부 딸 같기는 해요. 미래를 생각하면 더 걱정되고…. 그래서 선수들에게 맨 먼저 배구를 왜 하는지, 목표가 있는지 물어봐요. 왜 지금 이런 훈련을 해야 하는지, 왜 체력 관리 등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면 훈련 효과가 더 좋아지죠.” 박 감독은 “배구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한테 의존하는 ‘몰빵 배구’를 자제하는 편이다. 레이첼 루크(26)의 경기당 득점(27.75점)이 다른 5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 공격 성공률은 높지만 점유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 대신 토종 선수들에 의한 속공·시간차공격 비중이 높다. 팀 공격 성공률은 3위(39.41%)지만 시간차공격 성공률은 1위(45.53%)다. 박 감독 스스로도 “공격의 짐을 나눠 가졌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루크에게 바라는 것은 “실속 있는 득점”이다. 흥국생명은 리시브 성공률 또한 38.44%로 1위에 올라 있다. 수비 훈련량을 늘려서 기본기를 다진 결과다. 박 감독은 “배구는 조직력, 팀플레이에 의한 복합예술이다. 상대 팀이 보기에 우리 팀 코트를 좁게 보이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보여서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더 많이 움직이고 자세를 낮추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보 감독’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하지만 경기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경험 부족으로 인한 순간적 판단 실수는 나온다. 그럴 때마다 분홍색 수첩에 당일 상황을 빼곡하게 적어놓는다. 박 감독은 “새로운 것을 느끼면 결국 나중에는 내 것이 된다”고 말했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서 경기에 지면 복기를 하느라 밤새 잠을 못 이룬다. 상위권 성적을 내고는 있으나 “만족하지는 않는다.”
박미희 감독의 3~4라운드 목표는 상위권에서 버티기다. 박 감독은 “1라운드 때 성적(4승1패)이 나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자기를 믿는 마음도 생겼다. 2라운드 3연패 때 힘들었는데 계속 이기는 경기를 하다 보니 선수들도 내성이 생겼다. 3~4라운드에서 조금만 더 견디면 진짜 좋아지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 버티면 5~6라운드에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17일 아이비케이(IBK) 기업은행과 3라운드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코트의 여우 감독’은 “프로는 이기는 게 목표니까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용인/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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