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럭비 대표팀의 최연소 선수 박우철(15)이 21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경기가 열린 선학체육관에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한겨레TV] 미소천사 우철이
‘근위축증’ 장애 딛고 최연소 휠체어럭비 국가대표’ 발탁
“휠체어럭비는 나의 삶…몸도 인간관계도 많이 좋아져”
‘근위축증’ 장애 딛고 최연소 휠체어럭비 국가대표’ 발탁
“휠체어럭비는 나의 삶…몸도 인간관계도 많이 좋아져”
쿵! 쿵! 쿵! 휠체어들이 충돌하는 굉음이 쩌렁쩌렁 울렸다. 코트 위의 선수들은 격렬하게 부딪히며 승리를 향한 열정을 불사르고 있었다. 벤치 한 구석엔 유독 앳된 소년이 보였다. 1피리어드, 2피리어드, 3피리어드가 지나도록 감독은 그를 기용하지 않았다. 좀이 쑤신 듯 몸을 배배 꼬던 소년은 마지막 4피리어드가 돼서야 코트 위에 나섰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질주하고, 부딪히고, 골을 넣고, 환호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소년은 마침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경기가 열린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21일 한국 휠체어럭비 대표팀의 최연소 선수 박우철을 만났다. 1999년 2월1일생으로 만 15살이다. 지난해 휠체어럭비에 입문한 그는 3개월도 채 되기 전에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처음엔) 이런 종목이 있었나 했었죠. 해보니까 박진감도 넘치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박우철은 근육병의 일종인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몸의 근육이 점점 줄어들어 현재 팔다리의 상당 부분을 쓰지 못한다. “다섯살 때 (병이) 시작됐다고 하더라고요. 근육이 점점 빠지고. 엄마가 (처음) 본 건 (제가) 갑자기 슬리퍼를 못 신었다고….” 피시방만 들락거리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지난해 4월이다. 누나 남자친구의 소개로 휠체어럭비에 입문했다. 어머니는 갑자기 힘든 운동을 시작하려는 아들이 걱정됐다. 그는 “엄마가 처음엔 반대했다. 너무 위험하다고. 계속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니까 (말리는 걸) 포기하셨다. 국가대표가 되고 열심히 하는 걸 보여 드리니 이젠 팍팍 밀어주신다”며 웃었다.
하영준(46) 휠체어럭비 대표팀 감독은 전국대회에 출전한 박우철의 운동능력을 보고 한눈에 그의 재능을 파악했다. 휠체어럭비인들은 뛰어난 샛별의 등장에 들썩였고, 30대 중후반이 주축을 이루는 휠체어럭비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 감독은 “가능성을 보고 발탁했다. 국가대표 시스템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이 있었다. 조금 무리였지만 결단을 내렸다. 우철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급성장해 기술적 측면에선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휠체어럭비는 농구코트와 유사한 가로 28m, 세로 15m의 실내경기장에서 한 팀에 4명씩 4대4로 진행되는 경기다. 배구공처럼 생긴 둘레 65~67㎝의 공을 가진 선수가 패스나 드리블을 통해 전진한 뒤 상대 진영 골라인을 통과하면 1점을 얻는다. 1977년 캐나다에서 사지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한 스포츠로 2000년 시드니장애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휠체어 사이의 접촉이 허용되기 때문에 경기중 강한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견고하게 제작된 휠체어럭비 전용 휠체어가 사용되지만 서로 부딪히며 바퀴가 빠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날 열린 한국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선 말레이시아 선수가 박우철과 충돌하며 휠체어와 함께 쓰러지기도 했다. 박우철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부딪히는 경우가) 엄청 많죠. 그래서 보조바퀴를 항상 챙겨 다녀요. 하지만 전 충돌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것 때문에 럭비를 하는 것 같아요. 스피드를 빨리 내고 하면 엄청 재미있죠. 그럴 때마다 희열을 느낍니다.” 박우철은 말레이시아전에서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니며 8분 동안 10득점을 올리는 출중한 기량을 선보였다.
어린 나이 탓에 경험이 부족해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단점이다. “다혈질이죠. 게임 중에 흥분도 하고요. 화내면 지는데. 흥분 안 하려고 연습하고 있어요. 집중을 잘 못하는 것도 아쉬워요. 보완해야죠.” 그는 경기 중 선배 선수들과 장난도 치고 인터뷰 중에 밝은 표정으로 환하게 웃곤 했다. 강인해진 몸과 함께 활발해진 성격도 휠체어럭비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열매다. 박우철은 “형들과도 친해지고 인간관계도 좋아졌다. 멸치 같던 몸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많이 좋아졌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우철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최고의 휠체어럭비 선수가 되는 것이다. 올해 안에 대표팀 형들을 뛰어넘어 한국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는 “세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노력해야죠. 올림픽에도 꼭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저같이 근육병이라는 장애가 있다면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휠체어럭비 경기장에 나와 구경하거나 직접 해보길 바랍니다.” 박우철의 활약상과 인터뷰 영상은 <한겨레TV> ‘한겨레포커스’의 ‘미소천사 우철이 “휠체어럭비는 나의 삶”’편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인천/정주용 피디, 이재만 기자 j2yong@hani.co.kr
휠체어럭비 대표팀의 최연소 선수 박우철(15)이 21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중 휴식시간에 관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휠체어럭비 대표팀의 최연소 선수 박우철(15·오른쪽 네번째)이 21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럭비 말레이시아전에서 교체선수로 대기하며 경기를 보고 있다. ‘한겨레TV’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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