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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3관왕 ‘정구남녀’ 김애경-김범준

등록 2014-10-16 16:28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구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김애경(26·NH농협), 김범준(25·문경시청)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구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김애경(26·NH농협), 김범준(25·문경시청)
연하의 남자는 사각의 코트에만 들어서면 반말을 해댔다. “김애경, 들어와!”연상의 여자는 꾹꾹 참고 있다가 코트 밖으로 나오면 연하남의 뒤통수를 한대씩 후려쳤다. 국가대표 8년차 연상녀와 국가대표 3년차 연하남. 코트 밖에서는 티격태격했지만 코트 안에서는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중에는 금메달이 3개로 늘었지만 첫 금메달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정구가 전 종목(7개)을 휩쓰는데 힘을 모은 ‘정구남녀’ 김애경(26·NH농협), 김범준(25·문경시청)을 최근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둘 모두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다.

김애경과 김범준이 처음 혼합복식 호흡을 맞춘 것은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한 달 전이었다. 실업연맹 대회에 함께 나갔다가 합이 잘 맞아서 짝꿍이 됐다. 주인식 정구 대표팀 감독은 “처음에는 둘의 기싸움이 만만찮았다. 자기주장들이 워낙 강해서 불안 불안했다. 하지만 코트에서 누가 리드할 것인지 정한 뒤부터 괜찮아졌다. (범준이가) 후배지만 혼복은 남자가 리드하는 게 맞기 때문에 조율해줬다”고 했다. 코트 안에서의 반말은 주 감독의 허락 하에 이뤄진 것이었다. 김범준은 “게임 끝나고 누나한테 뒤통수 참 많이 맞았다”며 웃었다.

짝꿍에 대한 칭찬이 빠질 수 없다.

“애경이 누나는 손목 힘이 세서 스트로크가 강력해요. 결정구도 있고, 전위에서 내가 정상적인 플레이만 하면 이길 자신감이 생기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선수들도 많은데 누나는 내 플레이를 하겠끔 도와줘요.”(김범준)

“범준이는 센스가 좋은 것 같아요. 전위 선수들은 머리싸움을 잘 해야 하는데 순발력이 좋은 면도 있고요.”(김애경)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를 물리치고 생애 첫 금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났을까. ‘유부남’ 김범준은 “딸 소율이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갓 100일이 된 아이의 아빠로, 군 문제 때문에 대회 전까지 마음이 복잡했다. 게임 당일에는 새벽 3시에 깨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에 부모님도 경기장에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 시상식 때 “범준아” 하는 엄마 목소리를 듣고는 꿈인 줄만 알았단다. “아들한테 방해될까봐서 숨어서 경기를 보신 거였어요. 소율이가 너무 어려서 아내는 경기장에 못 왔는데 티브이 중계를 안 해줘서 경기를 아예 못 봤죠. 제가 전화로 결과 알려주니까 울더라고요.” 대회를 치르면서 8㎏이나 빠졌던 그는 최근 하루 5~6끼를 폭풍 흡입하면서 몸무게를 늘리고 있다.

단식 경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던 후배 김보미에게 패하며 동메달을 딴 김애경도 후련한 마음으로 금메달 시상대에 올랐다. 세계 1등 실력을 자랑하면서도 정작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어 무관의 제왕에 그칠 뻔 했던 그였다. 주인식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 중 제일 많은 4종목에 출전했던 김애경이 단식전 패배로 주저앉았다면 한국의 전종목 석권은 힘들 수도 있었다. 단식전 패배가 독이 아닌 약이 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혼복 금메달은 줄줄이 남녀 복식, 남녀 단체전 금메달로 이어졌다. 이들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원래 목표는 금메달 한 개였어요. 그거면 2년의 공백 없이 아빠 역할, 가장 역할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으니까요. 혼복 금메달 딴 뒤 마음이 푸근해져서 오히려 경기가 잘 풀렸어요. 긴장이 오히려 안 되서 연습경기 때처럼 했죠. 남자복식 짝꿍이었던 (김)동훈이 형은 대구카톨릭대학교 때부터 저를 끌어올려준 고마운 선배인데 내가 도와줘야 할 차례가 왔다는 생각을 했고요. 동훈이 형이라서 정말 더욱 악착같이 경기해서 이기고 싶었어요.”(김범준)

“혼복 끝나니까 부모님이 꼬옥 안아주시더라고요.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도 응원 오셨는데 금메달 못 땄거든요. 대회 전에 엄마가 꿈을 꾸셨는데 나무에 앉아 있던 새 4마리가 땅에 떨어지면서 한 마리는 죽고 나머지 세 마리는 점점 사람으로 변해 걸어가더래요. 금메달 3개 딸 꿈이었나봐요. 엄마 큰 수술 했을 때도 곁에 못 있어드렸는데 이걸로 효도한 것 같네요.”(김애경)

“금메달을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는 김애경과 “금메달 3개를 셋이서 나눠걸고 백일 사진을 찍었다”는 김범준은 이번주부터 소속팀에서 전국체전 준비에 들어갔다. 김애경의 대표팀 은퇴 무대가 되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 번 짝을 이뤄서 혼복 금메달을 따내자며 훗날을 도모하는 정구남녀였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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