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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아프간·부탄의 그들…꼴찌를 해도 행복했노라

등록 2014-10-03 19:57수정 2014-10-04 10:59

[토요판] 커버스토리 / 여자 크리켓 대표팀 도전기

인천 가을을 수놓은 도전
하산 사이드(22)는 몰디브의 키(158㎝) 작은 스프린터다. 달리는 게 좋아서 16살 때부터 육상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자메이카 킹스턴에 위치한 트랙클럽에서 자메이카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 요한 블레이크와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번개’ 볼트는 그의 영웅이기도 하다.

9월27일 사이드는 생애 두번째 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 100m 예선 기록이 10초50. 개인 최고 기록이자 3조 4위로 준결승전에 올랐다. 사이드는 1990년 몰디브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육상 예선을 통과한 선수가 됐다. 준결승에서는 10초59로 조 최하위에 머물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200m에서도 사이드는 개인 최고 기록(21초31)으로 준결승까지 올랐다. 0.13초 차로 결승에 못 오른 사이드의 목표는 “다음번엔 결승에 오르는 것”과 “2016 리우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다.

26살 네팔 청년, 아자이 판디트 체트리는 몸무게가 48㎏밖에 안 된다. 키는 165㎝. 그는 작고 마른 몸으로 산악자전거(MTB)를 탄다. 체트리는 15살 때 처음 빌린 자전거로 네팔 국내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했다. 2만루피(21만원)나 되는 자전거를 살 수가 없었다. 자전거 수리공을 하던 차에 후원자의 도움으로 2009년 네팔 산악자전거 챔피언에 올랐다. 체트리는 “작고 마른 몸 때문에 사람들이 내 성적에 놀라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부단히 노력했고 준비도 많이 해왔다”고 말한다. “톱5 안에 들고 싶다”는 목표로 아시안게임에 처음 참가했지만 완주는 못했다. 엠티비 경기는 선두 그룹과 한 바퀴 이상 뒤지면 자연 탈락된다. 자전거 성능 면에서 차이가 많이 난 게 컸다. 그는 이제 네팔의 자전거 전문수리공으로 돌아간다. 물론 히말라야 산맥에서 자전거도 탈 것이다.

몰디브의 158㎝ 스프린터
작고 마른 몸으로 MTB 참가한
48㎏의 네팔 자전거 수리공
아프가니스탄 두 명의 골퍼
현직 경찰관인 부탄 사격선수…

내전의 상흔이 깊은 아프가니스탄에는 두 명의 골프 선수가 있다. 둘 중 한 명은 본업이 택시 기사인 하슈마툴라 사르와리(25)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사르와리의 삶은 평범하다.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가족 부양을 위해 택시를 몬다. 하지만 1주일에 이틀은 그만을 위한 두 시간을 보낸다. 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골프장인 카불골프클럽(6홀)에서 골프를 친다. 골프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벌판에 가깝다. 여느 골프장처럼 그린이나 잔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즐겁게 공을 때린다. 비록 여기저기 생채기 난 값싼 클럽과 남이 썼던 공을 쓰지만 골프를 할 때는 그저 행복하다. 2010 광저우 때는 최하위에서 3번째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7명이나 밑에 뒀다. 그의 꿈은 ‘프로 골퍼’가 되는 것이다.

쿤장 렌추(22)는 부탄의 여성 경찰관이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사격을 좋아하게 돼” 부탄 사격 대표팀으로 인천에 왔다. 대표팀 경력이 짧아서 그런지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참가 선수 54명 중 47위를 기록했다. 그래도 렌추는 말한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것은 운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그의 스포츠 철학은 “정정당당히 경기하자”다. 정정당당했기에 후회도 없다.

가와우치 유키(27)는 일본 사이타마현립 가스카베 고등학교에서 사무직원으로 근무한다. 하지만 2014년 가을 잠시 공무원 신분을 내려놓았다. 출퇴근을 하면서 매달 600㎞를 달렸던 그는, 일본 남자 마라톤 대표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3일 오전 열린 남자 마라톤에서 그는 2시간12분42초로 3등을 했다. 1등과는 4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여자 복싱 선수로는 인도에 처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메리 콤(31)은 말했다. “나는 세 아이의 엄마이지만 아직도 꿈을 꿉니다. 그동안 훈련에만 집중했고 지금까지의 모든 희생이 나를 금메달로 이끌었습니다.”

꼴찌를 한 네팔의 자전거 수리공도, 4초 차이로 동메달을 딴 일본의 공무원 마라토너도, 1등을 한 인도의 엄마 복서도 같은 말을 한다. “나는 꿈이 있고, 그래서 도전한다”고. 도전과 땀으로 물들었던 2014년 인천의 가을이 그들 가슴속에 뜨거운 열정을 남기고 사그라졌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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