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종목 모두 20년만에 ‘금’
‘배구여제’ 김연경·농구노장들 활약
‘배구여제’ 김연경·농구노장들 활약
오른 어깨에 시커먼 부항 자국이 선명했다. 그래도 때리고, 또 때렸다. “생각만 하면 가슴속에서 불이 날 것 같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패배를 반드시 설욕해야만 했다. 끈질긴 승부욕으로 혼자서 뽑아낸 점수가 26점. 김연경(26)은 ‘배구 여제’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세번째 참가한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구 여자 결승전이 열린 2일 인천 송림체육관. 한국은 세계선수권 참가로 1.5진 급을 내보낸 중국을 경기 내내 압도하며 3-0(25:20/25:13/25:21) 완승을 거뒀다. 예선부터 6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하며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 패배도 깔끔하게 되갚았다. 동료들과 함께 코트 위에서 다이빙 세리머니를 선보인 김연경은 “7월부터 대표팀에 소집돼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픈 것, 힘든 것 다 잊었다”고 했다. 이어 “리우올림픽(2016년)에서도 메달을 노려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김연경이 최우수선수로 뽑힌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여자 배구는 아쉽게 4위를 기록했었다.
삼산월드체육관에서는 농구 여자 대표팀 맏언니 이미선(34)이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여자 농구 역시 광저우 때 넘지 못했던 만리장성을 70-64로 무너뜨리면서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중국은 여자 농구도 세계선수권 때문에 1.5진 급을 내보냈다. 고비 때마다 가로채기 3개를 해내며 경기 흐름을 한국으로 끌어온 이미선은 “전반에 내가 너무 못해서 선수들한테 미안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었는데 경기가 끝나는 순간 지금까지 농구를 해왔던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이미선뿐만 아니라 베테랑들이 불꽃을 태웠다. 대표팀 선수단 12명 중 30대 선수가 8명이다. 변연하(34)가 16득점, 신정자(34)가 14득점을 보탰다. 경기 뒤 노장 선수들은 혹독하게 자신들을 다그쳤던 위성우 감독을 발로 밟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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