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22일 열린 남자 펜싱 플뢰레 개인 결승전 도중 햄스트링 부상이 도져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허준은 중국의 마젠페이에게 13-15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아람 허리·허준 허벅지 등
찔리고 베이고…부상의 연속
‘발펜싱’ 추구 하체도 많이 다쳐
찔리고 베이고…부상의 연속
‘발펜싱’ 추구 하체도 많이 다쳐
찌르고 찔리고, 또 찌르고 찔리고…. 칼을 쓰는 펜싱은 ‘아픈 종목’이다. 방탄조끼 소재로 쓰이는 합성섬유 케블라로 만든 재킷과 금속조끼를 입긴 하지만 칼에 찔리는 충격을 완전히 없앨 순 없다. 펜싱 칼은 제트기를 만들 때 사용하는 합금강철로 만든다. 선수들은 제대로 찔리면 “윽”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22일 남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의 허준(26·로러스엔터프라이즈)과 중국의 마젠페이는 총 52번의 찌르기를 주고받았다. 경기는 13-15로 끝났지만 몸통 찌르기만 유효타로 인정하는 플뢰레에서 무효타도 24차례나 있었다. 상대 공격을 막다가 허벅지나 팔을 찔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선수들의 온몸엔 반점 같은 멍 자국이 가실 날이 없다. 심하면 찰과상을 입기도 한다.
동시에 공격하는 순간 찔리면 고통은 배가된다. 두 선수의 거리가 가까운데다 복싱의 카운터펀치처럼 몸이 전진하면서 완충작용 없이 칼에 맞기 때문이다. 에페 남자 개인·단체 2관왕을 차지한 정진선(30·화성시청)은 “목 부위의 급소나 무릎을 찔리면 치명적이다. 칼을 잡고 있는 손의 엄지손톱 밑을 찔려도 정말 아프다. 경기를 끝내고 장갑을 벗으니 손톱이 심하게 부러져 놀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중 허벅지 부상을 당한 허준은 “몇달 전부터 햄스트링이 올라와 계속 아팠다. 2주 전에 주사도 맞았다”고 했다. 한국 선수들은 1분당 스텝이 유럽 선수들의 2배 수준인 80회에 육박한다. 장신 선수들에 대적하기 위한 ‘발 펜싱’이다. 다리 근력을 키우고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강훈련으로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개인전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한국 선수들은 대부분 하체 부상을 안고 뛰었다. 남현희(33·성남시청)는 “5월에 다친 무릎 통증이 심각”했지만 참고 뛰었다.
마주 보고 스텝을 하기 때문에 상대의 발을 밟아 발목을 접질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붙으면 내미는 발이 마주치기 때문에 부상의 우려가 높다. 칼끝 찌르기뿐만 아니라 칼날·칼등 베기도 가능한 사브르의 경우 서로 선제공격을 노리기 때문에 발의 충돌이 더욱 잦다.
허리 통증도 펜싱 선수들의 직업병이다. 칼을 찌를 땐 허리를 숙인 채 팔을 최대한 뻗어야 하고, 용수철처럼 빠르게 허리를 다시 펴며 뒤로 빠져야 한다. 이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허리가 성치 않은 신아람(28·계룡시청)은 “몸 상태가 완전히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에 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상 탓에 공격거리가 짧아져 과감한 찌르기를 할 수 없었다.
고양/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