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막이 올랐다.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한국은 5회 연속 종합 2위를 지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45억의 꿈, 하나 되는 아시아’를 주제로 열린 개막식은 임권택 감독이 지휘하고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모습을 화보로 구성했다. 아시아의 꿈을 담은 배에 함께 올라 탄 아시아인들이 하나가 돼 서로 손잡고 노래하고 있다. 인천/이정용 이종근 기자 lee312@hani.co.kr
“경제적으로 빈약한 약소국들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면서도 소외감을 느껴온 게 사실이죠. 인천아시안게임은 좀 더 평화롭고 평등하며 정이 흐르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개막식도 차별화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의 총감독을 맡은 영화감독 임권택은 19일 밤 개막식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보면 개최국의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쪽이 많았다. 우리의 개막식에선 큰 나라든 작은 나라든 그 나라의 특징을 잡아 골고루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이 녹초가 돼 혼자 기자회견장에 나왔다는 그는 개막식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저예산으로 차별화한 공연을 선보이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로프를 활용해 기예적 공연을 하는 개막식이 많은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두 면의 벽이 터져 있어 불가능합니다. 바람이 불면 완전히 망쳐지는 것이죠. 기예를 부리지 않고 성공적 공연을 한 건 큰 성과입니다.” 임 총감독은 소프라노 조수미의 한국 정서가 물씬 풍기는 노래도 감동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음향에 대해선 불만을 표출했다. “사운드가 정돈이 안 돼 정연한 소리를 관객에 들려주지 못했습니다.”
임 총감독은 개막식에서 아쉬웠던 점이 또 있었다고 밝혔다.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는 쪽과 좀 더 많은 조율을 하고 연습을 더 했었으면 오늘 보인 것보다 훨씬 더 밀도 있는 공연이 됐을 것입니다. 서로 접촉하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78살의 거장은 방송국과의 협의가 부족해 더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해 미련이 남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큰 문제 없이 개막식을 마쳤다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때론 우리가 생각하는 게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여러번 고쳐가며 완성했다. 결국 이렇게 해낸 스태프들의 역량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장진 감독을 거론하며 ‘디지털 세대’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오늘 음악을 들어봤겠지만 저한테 전적인 책임을 맡겼다면 저런 음악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장진 감독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선택했죠. 이런 재치있는 발상들이 폐회식에서도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동건, 김수현 등 출연진에 대해선 “너무 신경쓰이는 게 많아 연기자나 가수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기자 여러분들이 점수를 매겨줬으면 좋겠다”고 평가를 피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연습했을 때보다 훨씬 힘을 내서 자기 역량을 다 하려고 애썼다며 칭찬했다.
임 총감독은 지나친 경쟁 위주의 대회가 아니라 모두가 조화롭게 경기를 펼치는 인천만의 아시안게임을 치르기를 바랐다. 그는 기자들에게 “개막식은 이제 끝난 것이고 앞으로 경기가 이어질 텐데 많은 관객들이 경기장의 흥을 돋을 수 있게 좋은 기사를 써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