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7시10분 목동구장. 문우람을 마지막으로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모두 야구장을 떠났다. 경기가 끝난 뒤 1시간30여분이 지난 뒤였다. 평소 취재진 출입이 금지된 라커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은 ‘참 지저분하다’.
일단 라커 문 안쪽에는 8월까지 유니폼 판매 현황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역시 박병호 유니폼(총 494개)이 가장 많이 팔렸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방망이 가방과 헬멧, 그리고 스파이크와 슬리퍼들. 어떤 라커 앞에는 6~7개의 신발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다음날 홈경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장비들을 챙겨 갈 필요가 없어서 비좁은 라커룸은 더욱 어지럽기만 하다. 그나마 당일 입었던 유니폼 등 빨랫감을 수거해 간 뒤라서 ‘카오스’ 같은 상태는 겨우 면했다. 성인 몇명 들어갈 만한 큼지막한 빨래 수거함 두 개가 당일 배출되는 빨래의 양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하루치 세탁비는? 30만원이다. 그나마 현대 시절부터 꾸준하게 이용한 곳이라 비용을 적게 받는 것이라고 한다. 수거된 빨래는 다음날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오기 전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한눈에 서건창의 라커임을 알게 해주는 응원 피켓
방망이·유니폼 등 어지러이
하루 세탁비만 30만원 달해
개인 라커 안에는 유니폼 상의, 단백질 보충제, 신발, 슬리퍼 등이 있다. 경기 분석 자료가 어지러이 널려 있는 라커도 있다. 홀드 1위(10일 현재 26개) 투수 한현희의 라커에는 여름 내내 걸려 있던 것 같은 겨울용 구단 점퍼가 덩그러니 걸려 있다. 거포 유격수 강정호는 라커 앞에 팬들이 포스트잇에 적어준 응원 문구를 붙여놨고, 서건창의 라커 앞에는 ‘7전8기 도루건창’이라고 적힌 팬 응원 피켓이 있다. 고졸 새내기 유격수 김하성의 라커 앞에는 야구장갑 여러 개가 옷걸이에 걸려 있다. 김하성은 대주자로 자주 기용된다.
시즌 50홈런을 향해 나아가는 ‘홈런왕’ 박병호의 라커는 어떨까. 다른 선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 뒤 샤워를 마치고 쓸 스킨케어 제품과 스프레이 등의 헤어용품이 있고, 장비 등에 사용할 탈취제도 있다. 박병호의 경우 개인 라커 외에 라커룸 한쪽 구석에 개인 냉장고를 따로 갖고 있다. ‘문 열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보통 라커룸에는 단체 냉장고가 구비돼 있지만 박병호는 따로 사용한다. 냉장고 안에는 보약이나 캔 커피 등이 있다. 넥센 관계자는 “홈경기 때 보약 등을 들고 다니기 귀찮기 때문에 개인 냉장고를 마련한 것이다. 이택근도 사용하고 있는데, 이택근의 냉장고는 박병호의 절반 사이즈다”라고 귀띔했다. 라커룸은 샤워실과 함께 붙어 있으며 샤워실 안에는 월풀 욕조도 두 개가 있다. 큰 거울이 있고 누울 수 있는 나무 평상 등이 있는 것 등은 대중목욕탕과 얼추 비슷하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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