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테니스 여제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세계 11위)는 먼저 서브하는 것을 선호한다. “1-0을 만들어 경기를 리드할 수 있고 상대 서브 게임을 따내면 3-0까지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강력한 서브를 구사하는 밀로시 라오니치(캐나다·세계 6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오히려 맨 처음 공을 받는 쪽을 택한다. “경기 초반 컨디션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그의 코치진은 “초반 한 게임을 리드하는 게 상대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며 라오니치에게 먼저 서브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과연 테니스 경기에서 서브를 먼저 하는 게 유리할까.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프랑크 클라선 전 틸뷔르흐대학 계량경제학부 교수 등이 최근 발행한 <애널라이징 윔블던>은 통계를 통해 “먼저 서브하는 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애널라이징 윔블던>은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열린 윔블던 경기의 8만8883포인트를 일일이 분석한 것으로, 첫 세트 첫 서버가 세트를 따낼 확률은 54.7%(남자 단식)밖에 안 됐다. 1~5세트 전부 합치면 승률은 50% 미만(48.3%)으로 떨어졌다. 여자 단식(47.5%)은 더 낮다.
첫 세트 때 항상 리턴을 택했던 선수로는 앤드리 애거시(미국)가 있다. 애거시의 코치였던 브래드 길버트는 “맨 처음 상대 서브 게임을 이기면 상대가 더 긴장해서 리듬감을 잃고는 했다”고 돌아봤다. 제프 그린월드 스포츠 심리 상담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습관적으로 무조건 첫 서브를 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자신이나 상대의 최근 서브 컨디션을 파악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남자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이형택의 말도 다르지 않다. 이형택은 “보통 서브 우선권이 있을 때는 첫 서브를 가지려고 했지만 클레이코트 때는 먼저 리턴을 택할 때도 있었다. 라파엘 나달 등도 코트 상황과 상대에 따라 서브인지, 리턴인지 달리 가져간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브할 때 새 공으로 하는 게 유리할까. <애널라이징 윔블던>은 통계를 통해 “헌 공이 새 공보다 컨트롤하기 쉬워서 첫 서브가 ‘인’이 될 확률이 높다. 새 공이 스피드가 더 나오기는 하지만 첫 서브 때 ‘폴트’가 나와서 둘째 서브를 더 많이 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피트 샘프러스(미국), 로저 페더러 등을 지도했던 폴 애너콘 코치는 “많은 선수들이 새 공으로 서브할 때는 라켓을 바꾼다. 그래야 볼 컨트롤이 된다”고 했다. 보즈니아키 또한 “새 공으로 서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때 스핀을 더 줘야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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