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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달리기 야구와 흡사…두개의 위킷 놓고 공방

등록 2014-08-24 18:57수정 2014-09-16 10:25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3일 오후 인천 서구 심곡동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들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3일 오후 인천 서구 심곡동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아시안게임 D-25 이 종목 아세요?
➏ 크리켓
영국 태생의 크리켓은 신사의 스포츠다. 경기도 깃을 세운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한다. 장시간 경기를 할 때는 티타임까지 있다. 그만큼 여유가 넘친다. 하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 크리켓 대표팀 실정은 다르다. 후원사가 없는 그들은 ‘시장표’ 유니폼을 입고, 캐치볼 훈련은 크리켓 공이 아닌 야구공으로 한다. 크리켓 공은 실전으로 쓰기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인구단’,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크리켓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이때는 한국이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대표팀 데뷔전이 된다.

크리켓 대표팀은 2012년 말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됐다. 선수 15명 중 7명은 아마추어 야구 선수 출신이다. 영국 출신의 줄리언 파운틴 코치는 “아무래도 야구를 했던 선수들이 발도 빠르고 공을 던지고 받을 줄 아는 기본기가 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했던 대표팀 에이스 박태관(24)은 “던지거나 수비하는 것은 익숙한데 손을 머리 위로 쭉 뻗어서 공을 바운드가 되게 던지거나 방망이를 칠 때 (위킷 보호를 위해) 밑공간을 없게 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한국 크리켓 대표팀의 역사적인 공식 경기 데뷔전 첫 공은 그가 던지게 된다. 지난 8월 중순 인천 서구의 연희크리켓경기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대표팀은 인도, 피지 등에서 몇차례 전지훈련 겸 연습경기를 했다. 국내에는 경기장도, 연습 상대도 없었기 때문이다.

크리켓 기본 장비.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크리켓 기본 장비. 인천/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팀별 공격과 수비 단 한차례
11명 중 10명 아웃돼야 교대
한 선수가 0점~100점 이상 득점
일본과 3차례 친선전서 승리

크리켓은 일견 야구와 닮았지만 방망이로 공을 친다는 사실만 같을 뿐이다. 공도, 배트도, 규칙도 전부 다르다. 너비 150m 정도의 타원형 필드 한가운데에는 위킷 두 개가 20.1m 간격으로 세워져 있다. 위킷은 71.1㎝의 세로 막대(스텀프) 3개를 세우고 그 위에 가로 막대인 베일 2개를 얹은 것으로 야구의 베이스 구실을 한다. 한 팀은 11명으로 구성되며, 수비 때는 위킷키퍼(포수)로 불리는 선수만 글러브와 보호구를 착용하고 나머지는 맨손으로 공을 잡는다. 볼러(투수)와 위킷키퍼를 제외하고 나머지 9명은 필드 곳곳에 서서 공을 받게 된다.

공격은 양쪽 위킷에 빨랫방망이같이 생긴 넓적한 배트를 든 타자(배트맨) 한 명, 주자(논스트라이커) 한 명을 세워서 행해진다. 공은 좌우 앞뒤 어디로든 보낼 수 있다. 즉, 파울이 없다. 볼러는 타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공을 한번 피치(바닥)에 튕길 수 있게 하면서 놓는다. 이때 야구처럼 팔꿈치를 구부리면 부정 투구가 된다. 볼러의 목적은 베일을 떨어뜨려 타자를 아웃시키는 것. 반면 배트맨의 목적은 어떻게든 공을 쳐내 위킷을 방어하는 것이다. ‘깨뜨릴 것이냐, 막을 것이냐’의 싸움인 셈이다.

타자가 친 공을 수비가 바로 받으면 아웃되는 것은 야구와 같다. 타자와 주자는 배트를 든 채로 함께 위킷과 위킷 사이를 뛰게 되며 타자가 반대 위킷으로 갈 때마다 점수는 1점이 올라간다. 수비수가 공을 처리할 때까지 타자는 계속 위킷 사이를 왕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맞은편 위킷에 도착하기 전 수비수가 먼저 위킷을 깨뜨리면 타자는 아웃된다. 볼러가 던진 공이 타자를 맞히거나 일정 선 밖으로 던졌을 때는 상대에게 1점을 준다. 그렇다면 홈런은? 6점을 얻게 된다. 11명 중 10명이 아웃되면 이닝은 종료되고 상대편이 공격하게 된다. 승부는 한번의 공격과 한번의 수비로 결판난다.

크리켓 공(왼쪽)은 코르크 심을 실로 감아 가죽으로 감싼 것으로 둘레는 22.4~22.9㎝, 무게는 156~163g이다. 야구공(오른쪽)보다는 크기가 약간 작지만 가죽이 두껍고 15g가량 더 무겁다. 김태형 기자
크리켓 공(왼쪽)은 코르크 심을 실로 감아 가죽으로 감싼 것으로 둘레는 22.4~22.9㎝, 무게는 156~163g이다. 야구공(오른쪽)보다는 크기가 약간 작지만 가죽이 두껍고 15g가량 더 무겁다. 김태형 기자
공격 선수는 한번 타석에 들어서면 아웃될 때까지 계속 필드에 있게 된다. 교체란 게 없다. 죽을 때까지 공을 때리고 위킷을 지켜야만 한다. 그래서 한 선수가 100점 이상을 낼 수도, 0점을 올릴 수도 있다. 박태관은 “진짜 공 하나에 하루가 그냥 끝날 수도 있다. 공격 때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집중해서 오래 살아남아 다득점을 올려야만 한다”고 했다. 2년 전 열린 크리켓 강습회에 참석했다가 크리켓의 매력에 빠져 대표팀에 뽑힌 김홍기(28)는 “크리켓은 진짜 팀 스포츠다. 선수나 팀이나 공격 기회는 단 한번뿐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공격에서는 엔(N)분의 1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는 크리켓 최강국인 인도·파키스탄이 자국 리그 일정 때문에 참가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 등의 기량이 월등하다. 실력 차이 때문에 4개팀이 이미 시드를 받고 8강에 진출해 있고, 나머지 6개국이 A, B조로 나누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1, 2위 팀이 8강에 합류한다. 이화연 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에 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상대팀이 우리 전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변칙 작전으로 승부를 낼 것이고, 목표는 항상 금메달이었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은 23~24일 이틀 동안 연희크리켓경기장에서 치른 일본과의 3차례 친선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한달여 뒤 외인구단의 반란은 일어날까. <끝>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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