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연맹 심판아카데미 교육생 박선씨가 주심을 보면서 심판위원의 지적을 듣고 있다.
현장 l 배구연맹 심판 아카데미
“선심들이랑 눈 좀 맞춰. 주심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잖아.”
정말순 프로배구연맹(KOVO) 심판위원이 주심을 향해 소리쳤다. 판정을 내리기 전에 선심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라는 뜻이었다. 배구공이 땅에 떨어지고 호루라기를 불기 전까지 주심에겐 1초 남짓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네명의 선심, 맞은편의 부심과 눈빛으로 의견을 나눈다.
정 위원의 다그침은 너무 과해 보이기도 했다. 눈빛 교환은커녕 코앞 네트 위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 터. 자신의 판단을 선수들이 알아볼 수 있게 수신호로 보여주는 것마저도 어색하다. 심판대에 선 주심은 이제 갓 배구 심판의 길에 들어선 교육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부터 시작한 배구연맹 심판아카데미의 6주차 교육은 경기도 수원 영생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10일엔 25명의 교육생들이 영생고 배구부 선수들의 연습경기에 직접 심판으로 참여했다. 교육을 수료(17일 종료)한 교육생들에겐 대한배구협회에서 인증한 심판 자격증(A~C급)이 주어진다.
이날 교육생들은 6명이 한조를 이뤄 돌아가면서 주심과 부심, 선심 역할을 했다. 네 명의 선심은 직사각형 각 변(라인)의 인-아웃, 터치아웃 여부 등을 판정한다. 문제는 각 선심의 전담 구역이 정확한 네 등분으로 나눠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 공을 내가 판정해야 하나’ ‘인인지 아웃인지…’ 하는 찰나에 이미 상황은 끝나 버린다. “거기까진 네가 판정 안 해도 돼.” 각 선심 교육생들에게 한명씩 따라붙은 심판위원들이 가장 많이 내뱉은 지적이었다. 주심 맞은편에 선 부심에겐 선수의 파울 여부 판정, 교체 선수 관리 등 7가지 의무가 있다. 경기는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주심, 기록원과 신호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교체를 하고 난 뒤였다.
일반인 포함 25명 7주간 교육
수료자 일부는 정규심판 투입 ‘네트 위 공 보랴, 선심들 보랴’
가운데 우뚝선 주심 긴장 연속
선심들도 인-아웃 판정 식은땀
“터치아웃, 선수 출신도 잘 못봐”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코트 안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상황을 정확하게 집어내 판단하는 일이다. 국내 여성 1호 국제심판인 정말순 위원은 “인-아웃 판정은 반복하다 보면 숙달이 된다. 반면 네트 위에선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상황들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선수 출신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05~2007년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정규리그 2연패를 이끌었던 송인석은 “선수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크다. 판정에 일희일비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 더욱 조심스럽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대한항공에서 센터로 뛰었던 신경수는 “(터치아웃인지 아닌지) 정말 잘 안 보인다. 한두 번 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둘을 포함해 대한항공의 ‘원포인트 서버’ 김민욱,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센터 김은영 등 네 명의 프로 출신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경기 후반 잠깐 후배들과 연습경기를 할 때 그들의 표정은 더 편안해 보였다. 이들과 달리 배구 코트가 낯선 이들도 있다. 대전이 고향이라 삼성화재의 팬이라는 이경욱씨는 “코트 위에 서 있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구연맹은 선수 출신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교육 일정을 주말로 잡았다. 이씨는 주중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주말에는 교육을 들으면서 ‘배구 포청천’을 꿈꾸고 있다. 이씨는 “휘슬을 부는 게 쉽지 않은데 경기를 지켜만 볼 땐 상상도 못했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연맹은 이들 중 일부를 전임심판으로 채용해 오는 11월 시작하는 2014~2015 정규리그부터 실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우수한 자원을 심판으로 채용해 판정의 수준도 높이고 기존 심판들과의 경쟁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김건태 배구연맹 심판위원장은 “단 한번만 판정 실수를 해도 선수나 팀들은 오래도록 그 판정을 기억한다. ‘잘 해봐야 본전’인 게 심판의 운명이지만 이들이 현장에 나가 프로배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배구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수원/글·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프로 선수 출신 송인석이 선심으로 나서 판정을 하고 있다.
수료자 일부는 정규심판 투입 ‘네트 위 공 보랴, 선심들 보랴’
가운데 우뚝선 주심 긴장 연속
선심들도 인-아웃 판정 식은땀
“터치아웃, 선수 출신도 잘 못봐”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것은 코트 안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상황을 정확하게 집어내 판단하는 일이다. 국내 여성 1호 국제심판인 정말순 위원은 “인-아웃 판정은 반복하다 보면 숙달이 된다. 반면 네트 위에선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상황들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선수 출신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05~2007년 현대캐피탈 소속으로 정규리그 2연패를 이끌었던 송인석은 “선수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크다. 판정에 일희일비해 본 경험이 있다 보니 더욱 조심스럽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대한항공에서 센터로 뛰었던 신경수는 “(터치아웃인지 아닌지) 정말 잘 안 보인다. 한두 번 해서 될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둘을 포함해 대한항공의 ‘원포인트 서버’ 김민욱, 케이지시(KGC)인삼공사의 센터 김은영 등 네 명의 프로 출신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경기 후반 잠깐 후배들과 연습경기를 할 때 그들의 표정은 더 편안해 보였다. 이들과 달리 배구 코트가 낯선 이들도 있다. 대전이 고향이라 삼성화재의 팬이라는 이경욱씨는 “코트 위에 서 있는 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구연맹은 선수 출신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교육 일정을 주말로 잡았다. 이씨는 주중에는 회사에 출근하고 주말에는 교육을 들으면서 ‘배구 포청천’을 꿈꾸고 있다. 이씨는 “휘슬을 부는 게 쉽지 않은데 경기를 지켜만 볼 땐 상상도 못했던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연맹은 이들 중 일부를 전임심판으로 채용해 오는 11월 시작하는 2014~2015 정규리그부터 실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우수한 자원을 심판으로 채용해 판정의 수준도 높이고 기존 심판들과의 경쟁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김건태 배구연맹 심판위원장은 “단 한번만 판정 실수를 해도 선수나 팀들은 오래도록 그 판정을 기억한다. ‘잘 해봐야 본전’인 게 심판의 운명이지만 이들이 현장에 나가 프로배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배구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수원/글·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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