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리커브 남녀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30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실전연습을 마친 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승윤, 구본찬, 김우진, 오진혁, 정다소미, 이특영, 장혜진, 주현정.
AG 양궁 리커브대표팀 맹훈련
활 쏜 선수가 무언가 중얼대자
“표적에 집중해” 감독이 불호령
하루종일 남녀 400발씩 구슬땀
실전연습 중간중간 10분간 휴식
동료 선크림 발라주는 등 웃음꽃
“남녀 단체·개인종목 석권이 목표”
활 쏜 선수가 무언가 중얼대자
“표적에 집중해” 감독이 불호령
하루종일 남녀 400발씩 구슬땀
실전연습 중간중간 10분간 휴식
동료 선크림 발라주는 등 웃음꽃
“남녀 단체·개인종목 석권이 목표”
삐~ 삐~. 양궁 중계방송에서 듣던 익숙한 버저음이 울렸다. 선수들은 사선에 도열했다. 올림픽 결승전을 치르듯 한발 한발 신중한 발사가 이뤄졌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자세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시안게임 양궁 경기가 열릴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지난 30일 양궁 리커브 남녀 대표팀이 적응훈련을 했다. 리커브는 기존의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고, 도르래와 조준경을 활용하는 컴파운드도 인천 대회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리커브 대표팀은 실업팀을 초청해 실전 연습을 했다. 최승실 남자팀 코치가 경기 운영요원 역할을 맡았다. “경기 10분 전!” “경기 5분 전!” “8강전!” “4강전!”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양궁장에 울려퍼졌다.
선수들의 집중하는 눈초리는 매서웠다. 연습 상대인 코오롱 남자 선수들과 엘에이치(LH) 여자 선수들도 승부에 최선을 다했다. 남자팀 김우진(22·청주시청)이 실수를 했는지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김성훈 남자 대표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왜 구시렁구시렁거리냐. 활과 표적에 집중해!” 마음을 다잡은 김우진이 다음에 쏜 화살에 만족했는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김 감독은 “봐, 그렇게 해야지”라고 칭찬의 말을 건넸다.
여자 선수들은 활을 쏠 때 습관이 있었다. 세계랭킹(5위)이 가장 높은 장혜진(27·엘에이치)은 두 다리를 여러번 움직이며 자세를 잡는다. 그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준비가 안 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특영(25·광주시청)은 오른손 손가락을 털듯이 빠르게 움직인다. 활시위를 당기는 손에 끼는 ‘탭’의 위치를 바로잡는 동작이다. 여자팀의 맏언니 주현정(32·현대모비스)은 “습관이요? 그냥 실수하면 웃어요. 민망해서”라며 까르르 웃었다.
장영술 대표팀 총감독은 “경기 전에 항상 정해진 동작을 해야 한다. 너무 신경쓰면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그때 기분대로 하는 건 더 안 좋다”고 설명했다. 이은경 여자팀 코치는 “장비를 만지는 건 습관이라기보다 최종 점검을 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옷매무새를 다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전연습이 이어지는 중간에 10분간의 휴식이 몇차례 있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려 텐트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수들은 나들이 온 젊은이들처럼 화기애애했다. 남자팀 구본찬(21·안동대)은 한시도 쉬지 않고 동료와 지도자들에게 말을 걸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의 관객 수부터 동료의 안경테까지 주제는 다양했다. 그는 더위에 가라앉을 법한 대표팀의 분위기를 띄웠다.
한쪽에선 여자팀 막내 정다소미(24·현대백화점)가 남자팀 막내 이승윤(19·코오롱)의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주고 있었다. 둘이 친하냐고 묻자 정다소미가 “승윤이요? 대표팀 막내니까 챙겨주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햇볕에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 쉬고 있는 이승윤은 세계랭킹 1위로 남자팀의 에이스다. “더위에 약해 체력이 떨어졌다”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그가 철없는 10대처럼 보였지만 사선에선 달랐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노련한 자세로 세계 최강의 실력을 뽐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훈련은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남녀 대표팀은 각각 400발에 가까운 화살을 쐈다. 자신이 쏜 화살은 70m 거리의 표적까지 걸어가 직접 뽑아 온다. 류수정 여자팀 감독은 “70m를 60~70번 왕복하니 하루에 10㎞ 가까이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33·현대제철)은 “아직 연습경기 기록이 들쑥날쑥하다. 더 많은 훈련을 통해 남녀 단체와 개인 전종목 석권이라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인천/글·사진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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