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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갈까 추월 노릴까’ 앞 못보는 심리게임

등록 2014-07-29 18:43수정 2014-07-29 22:04

조정 싱글스컬 국가대표 이학범, 김동용, 김예지(왼쪽부터)가 지난 24일 강원도 화천 조정훈련장에서 장거리 연습을 하고 있다. 1분에 20번 노를 저어 나가는 수상연습을 30분씩 3차례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지구력과 기술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훈련이다. 화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조정 싱글스컬 국가대표 이학범, 김동용, 김예지(왼쪽부터)가 지난 24일 강원도 화천 조정훈련장에서 장거리 연습을 하고 있다. 1분에 20번 노를 저어 나가는 수상연습을 30분씩 3차례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지구력과 기술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훈련이다. 화천/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조정 국가대표 화천훈련장 현장

2㎞ 거리를 7분 안팎에 주파해야
페이스 조절·막판 200m 승부 관건
경량급 체중줄이려 달고짠 음식 사절
싱글스컬 종목, AG 메달 가능성
중국 불참…이란·인도·홍콩과 경쟁
“조정은 성격이 좌우합니다.”(김동용)

“끊임없는 눈치싸움이에요.”(이학범)

“꾸준하게 노를 저을 뿐이죠.”(김예지)

조정은 뒤로 가는 스포츠다. 물 위에 떠있는 배 안에서 진행 방향이 아닌 뒤를 보고 앉는다. 2㎞의 거리를 7분 안팎 동안 노를 저으며 간다. 자신보다 뒤처진 선수는 볼 수 있다. 앞서가는 선수는 의식적으로 보지 않는 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전략이 중요하다. 먼저 치고 나가느냐 나중에 추월하느냐.

선수들은 조정이 ‘심리게임’ 같다고 했다. 지난 24일 강원도 화천 조정훈련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대표 선수들을 만났다.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싱글스컬(2개의 노를 젓는 1인승 경기) 종목의 90년대생 3인방 김동용(24·진주시청), 이학범(21·수원시청), 김예지(20·포항시청)는 자신만의 ‘작전’이 있었다.

김동용은 초반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는 자신보다 앞서가는 선수가 있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성격이 급해서 경기 초반에 지고 있으면 참을 수가 없어요. 선두로 나갈 때까지 전력으로 노를 저어야 직성이 풀리죠.”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나간 대회인 소년체전부터 시작된 징크스이자 작전이다. 맨 앞에서 상대 선수들을 지켜보며 경기를 운영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레이스 전략을 짜는 것도 수월하다.

문제는 오버페이스다. 김동용의 고등학교 때 별명은 ‘천미 선수’였다. 1000m까지는 1등으로 달리다 막판에 체력이 달려 처졌기 때문이다. 막판 스퍼트를 보완해 대학교 땐 ‘천오백미 선수’로 진화했고, 실업팀에 와서야 마침내 ‘이천미 선수’가 됐다. 비결은 맞춤형 훈련이었다. 그는 모든 운동을 할 때마다 마지막 2분에 집중한다. 1분에 33번 정도 노를 젓는데, 마지막 500m는 1분40초 동안 60번 이상 노를 젓는 게 목표다.

조정 싱글스컬 국가대표 김동용, 김예지, 이학범(왼쪽부터)이 지난 24일 강원도 화천 조정훈련장에서 한 손에 노를 잡고 미소를 짓고 있다. 김예지는 “김동용은 성격이 좋고 이학범은 잘생겨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화천/류우종 기자
조정 싱글스컬 국가대표 김동용, 김예지, 이학범(왼쪽부터)이 지난 24일 강원도 화천 조정훈련장에서 한 손에 노를 잡고 미소를 짓고 있다. 김예지는 “김동용은 성격이 좋고 이학범은 잘생겨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화천/류우종 기자

이학범은 막판 스퍼트가 특기다. 반대로 초반 500m까지는 약하다. “중반까지 뒤져도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꾸준히 가다가 마지막에 승부를 겁니다.” 그는 레이스 도중에 앞서가는 선수를 250m, 750m, 1250m 부표를 지날 때와 마지막 속도를 올릴 때 네 번 정도 의식적으로 본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곁눈질을 한다.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동작이다. 이학범은 “눈치싸움이 매우 중요하지만 앞 선수를 너무 의식하면 나의 레이스가 연습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반 속도가 높지 않은 이학범에겐 작전 설계가 필수다. 그는 경기 전날까지 구간별 전략을 완벽하게 짠다고 했다. 미리 준비해야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기 때문이다. 경량급에 출전하기 때문에 몸무게 조절도 중요하다. 경기 2시간 전에 체중을 재는데 72.5㎏을 넘기면 안 된다. 키 185㎝의 이학범에겐 쉽지 않은 과제다. “달고 짠 음식은 거의 안 먹어요. 평소 체중은 74㎏인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73㎏을 유지하고 있어요.”

김예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한 레이스를 펼친다. 전반 1000m 기록과 후반 1000m 기록이 거의 같다. “예전에는 확 치고 나간 뒤 확 가라앉는 스타일이었어요. 기복이 없는 건 좋은데 임팩트 있는 구간이 없어 아쉽긴 해요.” 그는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2년 전 런던올림픽에 나갔을 땐 시합 직전에 몸이 안 좋아져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는 “보통 1시간 이상 몸을 푸는데 그날은 바로 출전해 평소보다 경기를 못했다”며 아시안게임 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김예지는 상대 선수가 앞서가면 고개를 뒤로 확 젖혀 거리를 파악한다고 했다. 확실하게 보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꾸준한 페이스가 장점이지만 조정의 참맛은 막판 200m 승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구간에 관중석이 마련돼 있는데 환호성을 들으면 없던 힘도 생겨요. 관중들도 막판에 선수들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를 느낄 거예요.”

인천아시안게임 조정 싱글스컬 종목의 경쟁국은 이란, 인도, 홍콩 등이다. 아시아 최강 중국은 싱글 종목엔 출전하지 않는다. 각 나라가 14개 종목 가운데 최대 10개 종목에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용호 대표팀 감독은 “싱글스컬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다. 경기력 극대화를 위해 주기적으로 전문가와 심리 상담을 해왔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선수별 맞춤 전략도 구상했다”고 말했다.

화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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