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안현수 귀화’ 언급뒤 출범
체육계 “조사받느라 일 못해” 불만
체육계 “조사받느라 일 못해” 불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 4대악 합동수사반’은 5월 출범했다. 지난 소치겨울올림픽에서 ‘안현수 귀화’ 논란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이 체육계 파벌 문제를 언급하면서 김종 제2차관의 주도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하지만 애초 취지와 달리 파벌싸움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지난 12일 자살한 국민체육진흥공단 펜싱팀 서아무개 감독의 횡령 혐의를 제보한 전 대한펜싱협회 전무 한아무개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협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아무개 상임고문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고 밝혔다. 집행부에서 밀려난 반대파의 핵심 인물이 현 집행부에 타격을 주기 위해 4대악 신고센터를 이용한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한씨는 합동수사반의 조사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전북펜싱협회 전무인 이아무개씨는 11일 전북펜싱협회 고문이었던 장아무개씨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오후 6시30분쯤 서울에서 경찰이 내려오니 서 감독에 대한 수사에 협조해라. 서울의 한 감독님과 통화했다”는 내용이었다. ‘한 감독님’은 한씨를 뜻한다.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은 “파벌 제거를 위한 제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보를 받으면 특정 파벌이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것인지 우선 판단한다. 음해가 의심되더라도 객관적인 팩트가 있으면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체육계에서는 4대악 합동수사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체육단체 관계자는 “조사를 받느라 제대로 일을 못한다. 모든 시간을 선수들 지원에 쏟아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또다른 체육인도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체육계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유독 높다”고 말했다.
기영노 스포츠평론가는 “반대파에 악용될 소지를 감안해서 무고죄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4대악 신고센터를 상설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