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26· 로러스 엔터프라이즈)
아시아펜싱대회 플러레 개인전 2연패 달성
‘중국 유망주’ 첸하이웨이에 15-12로 금메달
“극적인 역전승 이뤄 두 배로 기쁘다”
‘중국 유망주’ 첸하이웨이에 15-12로 금메달
“극적인 역전승 이뤄 두 배로 기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다. 키 168㎝, 몸무게 61㎏의 ‘작은 검객’ 허준은 190㎝에 가까운 거구에 맞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상대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공격해 올 때 날다람쥐 같은 잰걸음으로 수비를 하며 허점을 노렸다. 상대의 빈틈이 드러날 때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공격을 해냈다. 상대가 멀어지면 팔은 짧지만 탄력 있는 몸놀림으로 칼을 찔렀고, 상대가 몸 가까이 붙으면 180도 회전을 하며 어깨 뒤로 칼을 뻗었다. ‘황비홍’ 같은 한 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듯했다.
펜싱 국가대표 허준(26· 로러스 엔터프라이즈)이 3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펜싱대회 플러레 남자 개인전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허준은 결승전에서 중국의 첸하이웨이를 15-12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모의고사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허준은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며 전망을 밝게 했다.
준결승에서 중국의 리첸을 15-5로 가볍게 이긴 허준의 결승 상대는 지난 3월 세계청소년펜싱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첸하이웨이였다. 세계 정상에 오를 만한 유망주로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선수다. 기선을 제압하기로 작정한 듯 초반부터 공세를 퍼부은 허준은 4-0으로 앞서나갔다. 한 점을 내준 4-1 상황에서 첸하이웨이가 갑자기 오른쪽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10분 동안 ’쥐’가 난 다리를 치료받은 첸하이웨이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허준은 6-7로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계속되며 허준이 7-9로 뒤진 채 1라운드 3분이 끝났다.
2라운드 초반에도 허준은 계속 끌려갔다. 8-11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닥치자 허준도 오른쪽 발목의 통증을 호소하며 심판에게 10분간의 치료를 요청했다. 휴식을 취하며 코치의 작전 지시를 받은 허준은 1라운드의 첸하이웨이처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는 본래의 날렵한 몸놀림을 되찾아 11-11 동점을 만든 뒤 12-12에서 내리 3점을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허준은 급습하듯 마지막 칼을 찌른 뒤 그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고, 생각보다 상대가 강했다는 듯 혀를 내두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허준은 경기가 끝난 뒤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따서 두배로 기쁘다. 이 대회는 15일부터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와 9월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두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왼쪽 발목 부상에 대해서는 “살짝 접질린 수준이라 심각하지 않다. 발목보다 손에 쥐가 나서 타임을 요청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부상 치료 시간이 반전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열린 여자 에뻬 개인전에서는 최인정(28)과 신아람(24·이상 계룡시청)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 최인정이 5-4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열린 여자 플러레 개인전에선 남현희(33·성남시청)와 전희숙(30·서울시청)이 금·은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선 구본길(25·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4일엔 여자 사브르와 남자 에뻬 개인전이 열리고, 5~7일엔 플러레, 에뻬, 사브르 3부문의 남녀 단체전이 열린다.
수원/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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