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체코 여자 테니스 선수들 4명 나란히 16강
미국은 부진…믿었던 서리나도 32강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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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브라틸로바의 후예들이 윔블던을 강타했다. 페트라 크비토바(24·세계 6위), 루치에 사파로바(27·23위), 테레자 스미코바(20·175위), 그리고 바르보라 잘라보바 스트리코바(28·43위)가 그 주인공들이다.
체코 출신의 여자 테니스 선수들인 이들은 한창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진행중인 메이저대회 윔블던(잔디코트)에서 여자단식 16강전에 나란히 올랐다. 체코 출신 선수 4명이 동시에 메이저대회 16강까지 살아남은 것은 프로-아마의 경계가 무너진 1968년 이후 처음이다. 크비토바, 사파로바, 스트리코바는 이미 8강까지 올라갔다. 특히 스트리코바는 32강전에서 세계 2위 나리(중국)를 꺾은 데 이어 16강전에서는 전 세계 1위 카롤리나 보즈니아키(덴마크·16위)를 2-0으로 완파했다. 크비토바와 준결승 진출을 다투는 스트리코바는 “체코는 정말 작은 나라(인구 1060만명)지만 (테니스에서) 우리는 최고”라고 했다.
체코 테니스는 1968년 이후 메이저대회 41차례 우승 성과를 이뤄왔다. 최근에는 더욱 강해져서 국가 대항전인 여자 페드컵(2011년, 2012년)과 남자 데이비스컵(2013년)에서 연달아 우승했다. 사파로바는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체코 테니스는 긴 역사를 가졌으며 또 체코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우리가 이룬 성과가 참 놀랍고, 또 흥분된다”고 했다.
체코 출신으로 메이저대회에서 18차례(윔블던 9차례 포함)나 우승했던 ‘철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체코 선수들은 30분~1시간 정도 몸을 푼 뒤 2~3시간 동안 세트 게임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술을 더 습득하게 되고 경쟁심도 생긴다”는 분석을 내놨다. 체코의 한 코치는 “날씨 때문에 체코 선수들은 4~5개월 동안 실내에서 테니스를 하는데 마루 바닥이어서 샷을 하기 위해 더 빨리 움직이고, 네트 앞에서도 더욱 활발해진다. 이 때문에 잔디 코트에서도 더 빨리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체코와는 달리 미국은 이번 윔블던에서 고개를 숙였다. 1911년 이후 103년 만에 남녀 단식 통틀어 단 한 명도 16강전에 못 가는 수모를 겪었다. 믿었던 ‘흑진주’ 서리나 윌리엄스(1위)는 32강전에서 떨어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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