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모토 아키요시
85살 이와모토 일본 무예단장
한일 전통무예 교류회서 시범
“한국 무예는 부드럽고 쉼없어”
한일 전통무예 교류회서 시범
“한국 무예는 부드럽고 쉼없어”
백발에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부서진다. 모래밭에 디딘 맨발은 단단함을 머금고 있다.
깊이 숨을 들이쉬고, 단전에 기를 모은다. 천천히 두 손을 모아 대기를 향해 뻗는다.
동작은 크지 않지만 천지를 압도하는 위엄이 뿜어난다. 평생을 함께한 가라테 무예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 앞마당에서는 제3회 한-일 전통무예인 교류회가 열렸다. 한국전통무예총연맹(총재 박사규)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한국의 전통무예인 택견과 기천문, 선무도 등의 시범과 함께 일본에서 건너온 가라테 고수들의 각종 가라테 유파 시범이 펼쳐졌다. 일본 가라테 고수 가운데 85살의 이와모토 아키요시(사진)가 보여준 가라테는 일본 가라테의 대표적인 유파인 쇼토칸 가라테. 일본 근대 가라테의 아버지로 불리는 후나코시 기친이 만든 쇼토칸 가라테는 빠르고 경쾌한 발차기가 특징으로, 초기 태권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유파이다.
지난 70년간 가라테를 익혀온 그는 어릴 때 키가 작고 건강이 좋지 않아 가라테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난한 가정형편으로 먹을 것을 구걸하러 나갔다가 힘들게 얻은 음식을 길거리 깡패들에게 빼앗겼어요. 그땐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하며 경제가 어려울 때였어요. 자신을 지키고자 가라테 도장을 찾아갔어요.”
“열심히 가라테를 수련한 끝에 일본인들을 괴롭히는 키가 큰 미국 점령군인들을 혼내주기도 했어요.”
가라테부가 창설된 게이오대학에서 가라테를 본격적으로 익힌 그는 대학 졸업 뒤 출판사에 취직한 뒤에도 평생 쉬지 않고 가라테를 익혔다고 한다. “가라테는 직선적이고 힘을 순간적으로 발휘합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부드럽고 관절에 무리가 안 되는 동작을 주로 합니다. 그래서 노인들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얼마든지 수련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태권도가 주로 어린이나 청년들이 수련하는 데 비해, 일본 가라테는 장년이나 노년층들도 일상적으로 수련하는 무술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지난 35년간 게이오대학 가라테 오비(OB)목요회에서 운동하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 저녁때 모교 체육관에 모여 도장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가라테를 수련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수련하는 노인들도 많이 있다. 모두들 육체적, 정신적 건강함을 유지하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전통무예는 동작이 부드럽고 쉼없이 움직입니다. 반면 일본의 전통무예는 직선적이고 절도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오랜 역사를 지나고 있어요. 비록 이질적인 무예이지만 서로간 교류를 계속한다면 한-일 관계의 평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무예사절단의 단장인 이와모토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인다.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검도와 유도, 그리고 가라테를 민족 무예로 갈고 다듬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무예도 정부에서 관심을 갖고 육성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이와모토는 무예인의 기본으로 인내심과 참을성을 꼽았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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