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등번호는 포지션과 연관이 깊다. 4-4-2 포메이션의 경우 그라운드에 나가는 11명의 선수를 골키퍼부터 차례대로 줄세우면 골키퍼가 1번, 수비수가 2~5번, 미드필더가 6~9번, 전방 공격수가 10, 11번이 된다. 각 포지션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등번호와 대부분 일치한다. 1번은 예외 없이 골키퍼 몫이고 카푸(브라질)로 대표되는 오른쪽 윙백이 2번, 박지성의 ‘절친’이었던 파트리스 에브라(세네갈) 등 왼쪽 윙백들이 3번을 다는 경우가 많다. 4~6번은 주로 중앙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단다.
브라질월드컵에 나가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등번호가 19일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선수들이 많이 달았거나 선호하는 번호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선수들이 평가전 등을 통해 한번씩 달았던 등번호를 배정받았다.
관심을 모았던 ‘박지성의 번호’ 7번은 김보경의 몫이 됐다. 주로 플레이메이커의 몫이던 7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프랑크 리베리(프랑스) 등 최근 각 팀을 상징하는 선수들의 등번호로 ‘상한가’ 행진 중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6번을 달고 참가했던 김보경은 박지성의 은퇴 뒤 7번을 물려받았다.
고교 시절부터 아스널까지 줄곧 10번을 고수한 박주영이 이번에도 ‘에이스’이자 해결사의 상징인 10번을 달았다. 10번과 함께 골잡이를 상징하는 9번은 손흥민, 100m를 11초에 주파한다는 의미로 빠른 공격수들이 선호하는 11번은 이근호가 달게 됐다. 홍명보의 후계자로 불리는 홍정호는 홍 감독이 선수 시절 달았던 20번의 주인이 됐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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