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전격 은퇴 선언
프로 첫해 신인왕·MVP 2관왕
2002 아시아대회 우승 이끌어
2009년 이면계약 폭로 논란도
“시원섭섭…보는 농구 배우고파”
프로 첫해 신인왕·MVP 2관왕
2002 아시아대회 우승 이끌어
2009년 이면계약 폭로 논란도
“시원섭섭…보는 농구 배우고파”
‘비운의 천재 가드’ 김승현(36·사진)이 코트를 떠난다. 프로농구 삼성은 자유계약(FA) 1차 마감일인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김승현이 은퇴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김승현은 다른 팀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은퇴를 결정했다. 김승현은 “시원섭섭하다.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길 원했고, 나이도 많은데 자유계약 시장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상민 감독께도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결과가 안 좋아 조금 아쉽지만 괜찮다”고 소감을 말했다.
농구 명문 송도고와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에 입단한 김승현은 첫 시즌 평균 12.2점, 8도움주기를 기록하며 포인트 가드로서 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 2관왕을 차지했다. 당시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마르커스 힉스와 호흡을 맞추며 미국프로농구(NBA)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창의적 드리블과 패스를 선보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결승에선 ‘만리장성’ 야오밍이 버티는 중국을 상대로 5반칙 퇴장당한 이상민을 대신해 나와 극적인 가로채기와 패스를 성공하며 금메달 기적의 일등공신이 됐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승현은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얻은 2006년 동양에 잔류했지만, 고질적 허리 부상으로 결장이 잦아졌고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2009년 동양이 연봉 삭감을 요구하자 김승현은 3년 전 계약이 ‘이면계약’이라고 폭로했고, 프로농구연맹의 출전정지 징계, 임의 탈퇴, 임금 청구 소송 등을 거쳐 2011년 김동욱과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목 디스크와 발목 부상이 겹치면서 코트에 서는 시간이 줄었고 결국 은퇴에 이르렀다. 김승현은 프로농구 통산 12시즌 507경기에 출전해 평균 10.6득점, 3.1리바운드, 6.9도움주기, 2.0가로채기를 기록했다.
김승현은 향후 계획에 대해 “미국에 가서 선진 농구를 보고 오겠다. 26년간 ‘하는 농구’만 알았는데 이제 ‘보는 농구’를 배우고 싶다. 지도자가 최종 목표이고 기회가 된다면 해설위원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원소속팀과의 자유계약 협상 마감일인 이날 케이지시(KGC) 김태술과 케이씨씨(KCC) 강병현, 장민국의 1 대 2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동부 이광재도 트레이드 형식으로 케이티(KT)로 이적한다. 엘지(LG) 문태종과 모비스 함지훈은 원소속팀과 재계약했고, 주희정과 정영삼도 각각 에스케이(SK)와 전자랜드에 잔류했다. 삼성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황진원은 은퇴를 결정했다.
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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